"미성은 뮤지컬 안된다는 편견 깨고 싶어요"
뮤지컬 공연을 위해 하루에 길게는 12시간씩 2개월 동안 거의 매일 연습했다. 적지 않은 연습량이었지만 첫 리허설에서도 ‘멘붕’(혼란스럽다는 뜻. ‘멘탈 붕괴’의 머리글자)이 왔다. 무대가 커서 노래와 동작을 크게 해도 제대로 들리거나 보이지 않고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전달력을 키우기 위해 집에 돌아와서도 뮤지컬 동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연습했다.

지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남자주인공 아르망 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임슬옹(30·사진) 얘기다. 이번 공연은 그의 뮤지컬 데뷔 무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슬옹은 “뮤지컬의 연기 방식이 그동안 한 TV드라마나 영화와는 전혀 달라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뮤지컬에서는 동작이나 발성, 노래를 크게 해야 합니다. 저는 목소리가 부드러운 편이고 연기할 때도 동작을 과장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미성인 제 목소리에 어떻게 에너지를 담을지 고민이었어요.”

임슬옹은 그렇다고 목소리를 가성 스타일로 억지로 바꾸지는 않았다고 했다.

“목소리의 에너지는 무조건 성량이 크다고 생기는 건 아니에요. 정확한 표현과 공감이 있으면 어떤 목소리도 객석에 힘있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전달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전에는 뮤지컬 제의가 들어와도 거절했지만 이제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임슬옹은 이번 무대를 통해 뮤지컬 연기의 매력에 눈을 떴다고 한다. “작품에서 아르망이 속한 프랑스 공군 조종사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장면이 있어요. 대본대로 하면 한 조종사가 ‘첫 비행 때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하면 아르망은 ‘나도 그랬네’라고 답해야 해요. 18일 첫 공연 때 이 장면을 좀 재밌게 하고 싶어 ‘첫 비행 때 나도 쌌네. 오줌을…’이라고 애드리브를 했더니 관객이 웃더라고요.”

그는 “뮤지컬에선 배우가 공연 중 즉흥 연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저 자신이 활발하게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슬옹은 20일 새 앨범 ‘너야’를 냈다. 타이틀곡 ‘너야’는 폭발적이고 드라마틱한 ‘영국식 록’ 분위기의 노래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