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9일(현지시간) 중국 단둥은행을 북한 자금 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지만 중국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재무부의 단둥은행 제재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체제 밖에서 실시하는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미국에 대한 날 선 비난은 자제했다.

외교·안보 문제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온 환구시보 등 관영 언론들은 이날 이번 조치와 관련한 기사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았다. 일부 중국 인터넷 언론만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 보도를 인용해 미국의 조치를 단신으로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과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재차 압박하는 와중에도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핵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중국의 이런 ‘저강도’ 대응을 놓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그동안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추가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꼽아왔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수차례 도발을 감행했지만 중국이 제시한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미·중 관계 안정이 필수적인데, 중국이 미국 재무부 조치를 강력 비난할 경우 중국 스스로 ‘미·중 간 밀월관계’가 깨졌다고 시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정부가 또 다른 대북 독자행동에 나설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어 중국으로선 부담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