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일본 캐논사가 개발한 소형 인공위성 ‘CE-SAT 1’, 미국의 문익스프레스가 개발한 MX-1 달 착륙선과 탐사로봇, 미국과 뉴질랜드 로켓전문회 사인 로켓랩이 개발한 저비용 우주발사체 일렉트론 로켓.
왼쪽부터 일본 캐논사가 개발한 소형 인공위성 ‘CE-SAT 1’, 미국의 문익스프레스가 개발한 MX-1 달 착륙선과 탐사로봇, 미국과 뉴질랜드 로켓전문회 사인 로켓랩이 개발한 저비용 우주발사체 일렉트론 로켓.
일본의 카메라 기업 캐논은 지난 23일 인도 남부 사티시다완 우주센터에서 인도의 PSLV 로켓에 인공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아 올렸다. 가로·세로 각각 50㎝, 높이 85㎝에 무게가 65㎏인 위성에는 캐논이 개발한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 EOS 5D마크3가 장착됐다. 지상 500㎞ 상공에서 해상도가 1m(가로·세로 1m인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에 달해 한국의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2호 성능에 육박한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캐논은 우주에서 성능이 검증되면 농업과 산업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위성 영상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벤처 사업가와 위험을 감수한 모험적 투자가가 뛰어들면서 우주의 문턱이 한층 낮아지고 있다. 미국 우주산업 투자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딜런 테일러 콜리어스인터내셔널 회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뉴 스페이스 2017’ 콘퍼런스에서 “우주에 도전하는 나라와 기업이 늘면서 우주가 민주화되고 있다”며 “10년 뒤인 2027년까지 우주를 다녀오는 사람이 1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우주재단에 따르면 우주 개발에 나선 나라는 2003년 37개국에서 2015년 59개국으로 1.6배로 늘었다. 이런 변화는 발상의 전환이 한몫했다. 이전까지는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 소수 국가만이 우주산업을 육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로켓 기술이 없는 국가들도 민간 기업 투자와 국제 공조를 통해 사업 모델을 찾아 나서고 있다. 룩셈부르크만 해도 달과 소행성에서 캐온 우주 광물을 미래 경제의 발전동력으로 선정하고 우주 광업회사인 플래니터리리소시스에 2800만달러를 투자하며 적극적인 육성에 나섰다.

민간 발사체 회사인 스페이스X와 버진갤럭틱을 비롯해 위성통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원웹 등 우주 인프라 기업과 함께 이전에는 없던 우주 응용서비스 회사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마레시 콜리퍼라 스페이스프런티어재단 이사는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와 같은 하드웨어산업이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서비스 회사들과 함께 성장하듯 우주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에는 민간 기업 다섯 곳이 제작한 탐사 로봇이 처음으로 달로 향한다. 구글이 후원하는 달 탐사 챌린지인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를 총괄하는 어맨다 스타일 엑스프라이즈재단 디렉터는 “경진대회에 참여한 미국 ‘문익스프레스’와 ‘시너지문’, 이스라엘의 ‘스페이스IL’, 인도 ‘인더스’, 일본 ‘하쿠토’ 등 다섯 곳이 탐사 로봇을 쏘아 올릴 발사체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며 “12월31일까지 가장 먼저 달 영상을 송신하는 기업을 우승자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7년 시작한 이 대회는 탐사로봇을 달에 착륙시킨 뒤 500m 이상 주행하고 사진을 찍어 가장 먼저 지구로 전송하는 팀을 최종 우승자로 뽑는다. 구글은 이 대회에 3000만달러(약 350억원)를 걸었다.

샌프란시스코=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