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 양국이 제재와 대화를 활용해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직후 연 한·미 공동언론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재협상을 공식화했다.

◆‘북핵 억제’ vs ‘한·미 FTA 재협상’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조 방침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두 정상의 방점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북핵 저지에 초점을 맞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FTA 재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발전과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고 폭넓은 공감대도 형성했다”며 “강력한 안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데 동의하고, 확장과 억제를 포함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통해 압도적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안보에 타협이나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이 자리를 빌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다짐을 높이 평가한다”며 “대한민국 역시 한·미연합 방위 능력을 강화하고 국방개혁을 통해 우리 군의 독자적 방위 역량을 증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방위산업 기술 협력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협력이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중요한 한 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양국 국민이 호혜적 성과를 더 많이 누리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rough deal)이었다. 그것은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의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고도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2011년 체결된 후 미국 무역적자가 11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심각한 자동차 철강 무역분야에 우려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 “공정한 방위비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사드 배치 문제 비켜간 정상회담

두 정상은 첫 회동에서 양국 쟁점 현안 중 하나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 갈등 요인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한·미동맹이 훼손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정상회담 의제 중 가장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지만, 정작 두 정상의 만남에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드 배치 철회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전날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새 정부가 사드를 번복할 의지를 가지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환경평가를 시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명분(사드)’보다는 ‘실리(한·미 FTA)’를 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적 성과를 보여줄 수 없는 안보 관련 이슈보다는 미국 내 여론을 고려해 무역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