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사회적 총파업은 촛불지분 청구행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6·30 사회적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번 파업의 특징은 명칭에서 나온다. 사회적 총파업은 기존의 근로환경·임금개선 등을 요구하며 진행한 파업과는 달리 사회적인 ‘노동적폐’ 청산을 위한 파업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가로막는 경영계 전체를 향한 노동자 모두의 삶을 지키는 파업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파업에는 역설이 숨어 있다. 민주노총이 노동적폐로 지목한 ‘임금 양극화’ ‘최저임금 미만율 증가’ 등은 따지고 보면 ‘귀족노조의 과다한 자기 몫 챙기기’로 빚어진 것일 수 있다. 자신의 행태를 성찰하지 않고 사회적이란 용어를 써서 그 책임을 사회구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회적 파업은 모든 노동자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착한 파업’으로 오인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아름다운 파업’이 될 수도 있다.

민주노총 파업은 촛불 지분을 청구하는 정치 파업 성격이 짙다. 자신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문재인 정부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파업을 두고 “광장의 촛불을 이어받은 내 삶을 바꾸는 투쟁이며,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민주노총의 뇌리에는 정권과 노조는 한배에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각인돼 있다. 노조와 안전거리를 둬야 할 정부는 뒷짐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의 맹신이 총파업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가처분소득을 높여 가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줘야 소비가 늘고 경제가 회복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을 격발시키는 방아쇠는 가계소득 증가다. ‘재정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 여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기업의 납품단가 현실화’ ‘최저임금 인상’ 등은 모두 가계소득을 올리는 수단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은 가설로, 실증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이 ‘근원적 오류’가 될 수 있다. 민주노총 파업은 소득주도성장 논리를 충실히 따른 결과일 뿐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인가. 2015년 현재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31.8달러)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6.6달러)보다 14.8달러 낮다. 2015년 현재 미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62.9달러)은 한국의 두 배에 육박하지만 시간당 최저임금은 1.27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의 노동생산성 대비 최저임금이 미국보다 낮지 않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은 양날의 칼이다. 최근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최저임금을 못 받는 임금근로자 비율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2년 9.6%에서 2016년 13.7%로 증가했다. 2015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농림어업(37.9%), 음식숙박업(35.2%), 도소매업(16.4%) 등은 공통적으로 OECD 최하위의 노동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저임금을 높일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비정규직은 사라져야 할 악(惡)인가. 근로형태와 고용계약이 다양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고용형태별 임금 및 임금총액을 분석한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총액 비중은 ‘0.77 대 0.23’이다. 이 같은 차이가 생산성이 아니라 ‘머리띠와 어깨띠’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정규직은 힘으로써 비정규직의 이익을 침탈한 셈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 ‘처우 개선’이 더 중요하다. 그에 필요한 비용은 사(使)에 앞서 정규직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 임금총액을 무턱대고 올릴 수는 없다.

임금을 끌어올리고 싶으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늘리고 싶으면 일감을 찾아야 한다. 기업들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더 많이 투자하고 정부는 노동시장과 산업 부문의 각종 반(反)시장적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정(政)은 ‘노(勞)와 사’의 중간자여야 한다. 노동운동이 정치운동으로 변질되고 국가가 ‘이익집단’에 포획되는 순간 그것으로 끝이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