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작년 한국 자동차 대미 수출 9.5% 감소…미국 자동차 수입은 22% 증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 FTA 재협상 타깃은 자동차·철강…오해와 진실
미국, 자동차 비관세장벽 불만 터뜨리지만…
연비규제 EU·日과 비교하면 엄격하지 않아
중국산 저가 철강 우회수출 전체의 2% 불과
미국, 자동차 비관세장벽 불만 터뜨리지만…
연비규제 EU·日과 비교하면 엄격하지 않아
중국산 저가 철강 우회수출 전체의 2% 불과
자동차와 철강이 한·미 간 무역 협상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업종을 꼭 집어 불공정 무역 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상당 부분 오해라는 게 한국 정부와 업계의 설명이지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교한 대응 논리 마련이 필요해졌다.
◆미국車 수입 증가율이 더 높아
자동차는 대미(對美) 무역에서 최대 수출 상품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60억180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차의 한국 수입액(17억3900만달러)보다 아홉 배나 많다. 미국이 ‘자동차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미 FTA가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건 아니다. 2011년 한·미 FTA 체결 당시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89억3700만달러였다. 이후 5년간 수출 증가율은 79%였다. 연평균 12.4% 증가했다. 반면 미국차의 한국 수입액은 2011년 3억81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 5년간 356%, 연평균 35.5% 뛰었다. 지난해에도 한국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96만4000대로 전년 대비 9.5% 감소한 반면 한국 시장에 수입된 미국차는 6만99대로 전년 대비 22.4% 증가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자동차 비관세장벽도 ‘트집 잡기’ 성격이 짙다. 대표적인 게 연비 규제다. 한국의 연비 규제(1년간 판매한 승용차의 평균 연비)는 L당 17㎞ 이상으로 미국(16.6㎞)보다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18.1㎞로 한국보다 엄격하고 일본도 미국보다 높은 16.8㎞여서 불합리한 규제로 보기 어렵다. 온실가스 규제도 한국은 2020년까지 ㎞당 평균 97g 이하로 미국(113g 이하), 일본(100g 이하)보다 세지만 EU(93g)보다는 약하다.
자동차 출고 후 인도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하자에 대한 수리 이력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수리 이력 고지 규제도 미국이 거론하는 비관세장벽이다. 한국차에 비해 미국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미국차를 차별하는 규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36개 주(州)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좌석 크기를 가로·세로 40㎝ 이상으로 규정한 좌석 규제도 미국차 업계의 불만사항이다. 예컨대 제너럴모터스(GM)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볼트’는 뒷좌석이 3개인데 뒷좌석의 가로 길이가 규정인 120㎝(40㎝×좌석 3개)에 못 미친다. 배터리 설치 공간을 확보해야 해 뒷좌석 크기를 줄였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관련 규정을 손볼 방침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게 되면 정부가 비관세장벽에 대한 미국의 오해나 개선 방향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한국산 철강 80% 이미 규제
철강 무역에선 한국산 철강의 덤핑과 중국산 철강의 우회덤핑이 최대 문제로 꼽힌다. 철강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 전부터 미국 정부의 타깃이 돼 왔다. 트럼프 정부 출범 뒤에도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긴 데 이어 4월에는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넥스틸과 현대제철에 각각 24.9%와 1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재는 이미 80% 이상 규제를 받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 상무부에 한국산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철강 수출은 더 어려워진다.
한국을 통한 중국 철강의 우회덤핑은 우리로선 억울한 면이 있다. 업계에선 이런 물량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의 2%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도 “중국산 철강 중 한국을 거쳐 미국에 가는 물량은 시점마다 꽤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회덤핑이 많은 특정 시점의 수치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용석/강현우/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
◆미국車 수입 증가율이 더 높아
자동차는 대미(對美) 무역에서 최대 수출 상품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60억180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차의 한국 수입액(17억3900만달러)보다 아홉 배나 많다. 미국이 ‘자동차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미 FTA가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건 아니다. 2011년 한·미 FTA 체결 당시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89억3700만달러였다. 이후 5년간 수출 증가율은 79%였다. 연평균 12.4% 증가했다. 반면 미국차의 한국 수입액은 2011년 3억81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 5년간 356%, 연평균 35.5% 뛰었다. 지난해에도 한국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96만4000대로 전년 대비 9.5% 감소한 반면 한국 시장에 수입된 미국차는 6만99대로 전년 대비 22.4% 증가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자동차 비관세장벽도 ‘트집 잡기’ 성격이 짙다. 대표적인 게 연비 규제다. 한국의 연비 규제(1년간 판매한 승용차의 평균 연비)는 L당 17㎞ 이상으로 미국(16.6㎞)보다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18.1㎞로 한국보다 엄격하고 일본도 미국보다 높은 16.8㎞여서 불합리한 규제로 보기 어렵다. 온실가스 규제도 한국은 2020년까지 ㎞당 평균 97g 이하로 미국(113g 이하), 일본(100g 이하)보다 세지만 EU(93g)보다는 약하다.
자동차 출고 후 인도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하자에 대한 수리 이력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수리 이력 고지 규제도 미국이 거론하는 비관세장벽이다. 한국차에 비해 미국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미국차를 차별하는 규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36개 주(州)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좌석 크기를 가로·세로 40㎝ 이상으로 규정한 좌석 규제도 미국차 업계의 불만사항이다. 예컨대 제너럴모터스(GM)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볼트’는 뒷좌석이 3개인데 뒷좌석의 가로 길이가 규정인 120㎝(40㎝×좌석 3개)에 못 미친다. 배터리 설치 공간을 확보해야 해 뒷좌석 크기를 줄였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관련 규정을 손볼 방침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게 되면 정부가 비관세장벽에 대한 미국의 오해나 개선 방향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한국산 철강 80% 이미 규제
철강 무역에선 한국산 철강의 덤핑과 중국산 철강의 우회덤핑이 최대 문제로 꼽힌다. 철강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 전부터 미국 정부의 타깃이 돼 왔다. 트럼프 정부 출범 뒤에도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긴 데 이어 4월에는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넥스틸과 현대제철에 각각 24.9%와 1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재는 이미 80% 이상 규제를 받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 상무부에 한국산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철강 수출은 더 어려워진다.
한국을 통한 중국 철강의 우회덤핑은 우리로선 억울한 면이 있다. 업계에선 이런 물량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의 2%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도 “중국산 철강 중 한국을 거쳐 미국에 가는 물량은 시점마다 꽤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회덤핑이 많은 특정 시점의 수치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용석/강현우/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