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3일 오전 6시11분
(왼쪽부터) 정도현 대표,, 이진하 전무, 김현승 상무, 김유진 대표
(왼쪽부터) 정도현 대표,, 이진하 전무, 김현승 상무, 김유진 대표
사모펀드(PEF) 운용업계에 과학고 돌풍이 거세다. 논리력으로 무장한 과학고 출신들이 잇따라 업계에 진출하면서 신(新)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고 출신 PEF 매니저의 원조는 최근 4400억원 규모 단일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총 1조3000억원(누적기준)을 굴리는 대형 운용사로 발돋움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정도현 대표다. 서울과학고를 거쳐 당시 서울대 의대보다 입학 점수가 높았던 서울대 물리학과(93학번)에 들어간 수재로 유명하다.

물리학과 1학년을 마치고 일찌감치 군대에 간 게 진로를 바꿔놨다. 정 대표는 “군대에서 배경이 전혀 다른 동료들과 생활하면서 경영 금융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제대 후 미국으로 유학, 윌리엄스칼리지(정치경제학 전공)와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뒤 컨설팅 회사를 거쳐 금융인이 됐다.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에서는 강원과학고 출신인 이진하 전무가 활동 중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96학번)를 졸업한 공학도답게 PEF 운용에 논리적 투자법을 접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밀크티 전문점 ‘공차’를 보유한 유니슨캐피탈의 김현승 상무(서울과학고 출신)도 서울대 산업공학과(98학번)를 나왔다.

과학고 출신들은 컨설팅 회사를 거치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여성 PEF 매니저에서 프랜차이즈커피 전문점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김유진 할리스커피 대표(전 IMM PE 이사·대전과학고)는 KAIST 전산학과(99학번)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하면서 전공을 바꿨다. 고급 한우 전문점 ‘창고43’ 등을 보유한 로하틴그룹코리아의 이영희 이사(서울과학고·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99학번)는 AT커니를 거쳤다. 이 이사는 “메디슨 휴맥스 등 1세대 벤처와 벤처캐피털로 성공한 선배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투자회사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 이 전무, 김 상무는 모두 베인앤컴퍼니 출신이다.

이두희 큐리어스파트너스 이사(강원과학고·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99학번)는 공인회계사를 거쳐 PEF업계에 진출했다. 큐리어스는 이달 초 6000억원 규모의 이랜드리테일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성사시키며 화려하게 데뷔한 신생 PEF다. 강승현 프랙시스캐피탈 이사(서울과학고) 등 젊은 PEF 매니저들도 속속 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과학고 출신 매니저들은 PEF업계 주류인 경영학과 출신과 다른 관점의 시각을 제시한다”며 “어릴 때부터 수학·과학을 많이 접해서인지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정영효/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