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승자의 저주' 시작되나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 면세점사업에서 철수한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감한 탓이다. 50개에 이르는 다른 면세점도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일부는 면세점 특허 반납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업계의 ‘엑소더스’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 영업을 오는 8월31일 종료한다고 3일 발표했다. “매출 감소로 한계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갤러리아는 2014년 4월부터 이 면세점을 운영해 왔다. 매출의 80~90%를 올려주던 유커가 줄어 월 매출이 임대료(21억원)에도 못 미치자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제주 면세점 매출은 작년의 20% 수준으로 줄었지만 공항공사에 내야 하는 임차료는 연 250억원으로 변함이 없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일하는 170여 명 중 협력업체 직원 약 150명은 새 사업자에 고용이 승계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한화갤러리아의 이번 결정이 다른 면세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김포 김해 등 다른 주요 공항 면세점 매출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공항면세점 22곳 중 이익을 내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이익을 내는 일부 시내면세점도 지난 3월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올초 월 168만여 명 수준이던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은 5월 기준 102만 명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업체가 임차료 인하 등의 조치가 없을 경우 면허반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인 호텔롯데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95% 급감했다. 면세점사업 부진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팀장급 이상 임직원 40여 명이 연봉 10%를 반납했다. 두산면세점은 5월 영업장을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축소했다.

안재광/이수빈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