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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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 2400 시대를 연 주역인 정보기술(IT)주가 기운 빠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미국 '팡(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주식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국내 IT주도 이에 따른 영향과 고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돋보이는 만큼 한국 IT주의 증시 주도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0.34%)와 SK하이닉스(-2.08%)가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장중 최고가를 경신한 후 쉬어가는 모습이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세계적으로 IT업종의 변동성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변동성이 더 확대됐다"며 "단기적으로 이번주의 흐름은 업종별로 다소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내 IT업종의 시가총액과 이익 비중은 각각 24%와 22%로, IT버블 국면인 2000년대(시총 32%·이익 비중 17%)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국 IT주의 경우 기업이익 성장세가 한층 돋보이는 상황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IT주의 경우 업종의 시총과 이익 비중은 각각 33%와 38%로 이익 비중이 먼저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과열 논란은 이른 시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IT기업이 업황 호조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지속될 전망이란 점에서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3분기가 전통적인 IT주 성수기란 점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17조원으로, 미국 팡 주식과 중국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전체 합산액에 버금간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시총 합산액은 7개 기업 대비 15%도 채 되지 않는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원 내외로 주요 세계 기업 중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2분기 실적 등을 고려하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IT주들은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IT는 가치주에 해당하고, 오히려 팡 주식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현재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3배에 불과하고, 프리미엄 시대는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적 추정치와 가격 매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원익홀딩스, 테스, 유니셈 등에 관심 가질 것을 주문했다.
자료=삼성증권 제공
자료=삼성증권 제공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