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메모리 지분 중 최대 33.4%를 취득할 권리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간 도시바메모리 매각 협상이 늦어지는 이유로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경영 참여 요구에 따른 반독점 심사 지연 가능성을 제기했다.

4일 마이니치신문과 교도통신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 취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SK하이닉스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발동할 수 있는 의결권 3분의 1 이상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바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 파트너인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보유할 도시바메모리 지분 전체 혹은 일부를 획득할 권리를 요구했다.

SK하이닉스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베인캐피털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은 지난달 도시바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금까지는 INCJ 등 일본계 자금이 도시바메모리 지분 66%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베인캐피털이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대출 형태로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도 지난달 28일 도시바 주주총회에서 “SK하이닉스는 대출 형태로 참여해 의결권이 없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적지 않은 규모의 의결권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시바메모리 매각 협상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반도체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가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할 경우 각국의 반독점 심사가 장기화할 우려가 높다”며 “한국으로의 기술유출 우려도 커지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의결권 확보 요구에 도시바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SK하이닉스가 투자 금액을 지분으로 전환할 권리를 보장받았다”며 “도시바의 기존 합작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반대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