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호 교육개혁 스타트…"교실 바꿔 대한민국 바꿀 것"
김상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종 연설 때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을 비판하곤 했다. 신자유주의라는 당시 시대적 조류에 휩쓸려 자율과 경쟁을 주로 강조하다 보니 교육을 황폐화시켰다는 게 지론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들이 이념적 지향점과 관계없이 ‘5·31 교육개혁’의 근간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상곤호(號)가 추진할 개혁의 범위와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 신임 부총리가 4일 임기를 시작했다. 교육계에선 22년 만의 대(大)개혁을 예상하고 있다. 학교 간 자율경쟁과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강조했던 기존 시스템을 무상교육, 고교평준화 등 공급자 중심 교육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수능 절대평가, 첫 시험 무대

김 부총리는 그간의 교육이 “희망이 아니라 절망만을 안겨줬다”(2012년 8월 공청회)고 진단한다. 김영삼 정부 이후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긴 했지만, ‘출발선’이 다른 경쟁이 횡행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최선책으로 김 부총리는 대입제도부터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차 관문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난달 청문회에서는 “의견 수렴을 거쳐 8월 초까지 최종안을 고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것이라며 수능 무력화에 강하게 반발하는 기류도 있지만 김상곤식 교육개혁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도 “학생부 중심의 대입제도가 고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다.

고교학점제 시행, 자율형사립고 및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 내신 절대평가제 등 초·중등 교육개혁을 위한 다른 정책들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고 문제만 해도 존폐를 놓고 워낙 대립이 치열해 국가교육위원회 의제로 다뤄질 공산이 크다. 일선 교사들은 김상곤호의 초·중등 교육 개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새 정부 교육정책대로라면 학교 교사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방 대표 국립대 육성에 집중

대학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김영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의장(전남대 교수)은 “문재인 정부가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김 부총리는 지난해에도 국교련에서 국립대학법 포럼에 초청하지 않아도 듣고 가곤 했다”고 말했다.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관련, 우선 지방을 대표하는 각 거점 국립대를 육성하는 데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가 네트워크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김 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혁신더하기연구소 강남훈 소장(한신대 교수)은 “서울대는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프랑스식 국립대가 아니라 미국의 주립대 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했다.

사립대들은 대부분 울상이다. 김 부총리가 대학등록금 동결정책을 유지할 것을 천명한 데다 기숙사비 인하, 입학금 폐지까지 강행할 태세여서다. 서울의 주요 대학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이 더욱 필요한데 김 부총리의 주변 인맥을 보면 산학협력을 학교의 상업화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의 정책자문 그룹은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에서 함께 활동한 이들이 주로 꼽힌다.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된 홍장표 부경대 교수를 비롯해 경기교육청 혁신학교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송주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상임의장 등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과는 민교협 의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강 소장을 비롯해 한신대 인맥도 김 부총리 주변에 포진해 있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