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영샤넬'로 불린 핸드백, 롯데가 들여와 디자인 역수출
롯데는 2011년 사만사타바사 핸드백(사진)을 국내에 들여왔다. 일본에서 ‘영샤넬’로 불리는 인기 브랜드였다. 일본 사만사타바사와 5 대 5로 합작법인(한국에스티엘)을 세우고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잘 팔리지 않았다. 디자인이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사만사타바사 핸드백은 노랑, 핑크, 초록이 주된 색이다. “너무 튄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조가죽 위주의 소재도 소비자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유형주 한국에스티엘 대표는 일본 본사에 “디자인을 바꾸겠다”고 제안했다. 사만사타바사 브랜드는 그대로 쓰고, 디자인은 국내에서 직접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측은 회의적이었다. 자칫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걱정했다. 유 대표는 수차례 일본 사만사타바사를 찾아 경영진을 설득했다. “몇 개 모델만 시험적으로 해보자”고 했다. 2012년 일본 측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냈다.

유 대표는 소재부터 바꾸라고 지시했다. 인조가죽을 천연가죽으로 바꿨다. 색상도 블랙, 그레이, 베이지 등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춰 다양화했다. 아기자기한 장식을 떼고 단순한 장식을 달았다. 대신 가격을 올렸다. 일본보다 다소 비싼 30만~50만원 정도에 제품을 내놨다. 2013년 일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사만사타바사의 글로벌 모델 미란다 커와 국내 모델 윤은혜 등이 인기를 끌 때여서 더 관심이 높았다. 2012년 34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014년 100억원을 넘겼다. 올해는 21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사만사타바사 핸드백의 약 80%가 국내에서 디자인한 모델이다.

일본에 역수출도 시작했다. 올해부터 일본 도쿄 시내 사만사타바사 팝업스토어에 한국에서 디자인한 핸드백 상품을 전시하고 있다. 기존 사만사타바사 디자인과 많이 달랐지만 반응이 좋았다. 사만사타바사 본사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도 한국 디자인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유 대표는 “사만사타바사를 5년 안에 매출 500억원이 넘는 국내 4대 핸드백 브랜드(엠씨엠,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티)에 버금가게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 대표는 기존 백화점 이외에 아울렛, 면세점 등으로 판매처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