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해범 김양 변호인 "미성년자 최고형 받을 듯…변호인이 해줄 게 없다"
인천에서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17세 김양이 재판에서 처음으로 유괴 혐의를 인정하면서 심신미약에 의한 범행임을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오후 열린 재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양의 변호인은 "피해자를 유인한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하지만 검찰 측 주장대로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을 한 것은 아니다. 사체손괴 및 유기 상황에서도 김양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범행 후 서울에서 공범 박양을 만나고 있다가 모친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온 것은 자수한 것이니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양은 지난 3월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 아파트 부근 한 공원에서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초등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한 뒤 잔인하게 사체를 훼손하고 신체 일부를 박양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김양은 지난 재판에서 공범 박양의 증인으로 출석해 "박양이 수차례 손가락을 달라고 요청했다. 내 안의 잔인한 캐릭터인 J라는 존재가 있으며 이는 살인도 저지를 수 있다고 독려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당초 이날 재판에는 김양 측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4명이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김양 측은 재판을 앞두고 "굳이 증인을 불러 서로에게 상처를 줄 이유가 없다"며 전원 취소했다.

반면 검찰은 다음 재판에 김양의 심리상태를 상담한 심리전문가 김태경 교수. 피해자 초등생의 어머니, 공범 박양과 김양의 구치소 동료 등을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신청했다.

김양의 변호인은 "왜 굳이 피해자의 어머니까지 법정에 불러 두번 상처를 주느냐"면서 증인 출석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검사와 판사는 "그같은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피해자 어머니가 법정에 서길 원하는데 무슨 수로 막느냐"며 일축했다.

이로써 다음 공판에서는 김양과 피해자 어머니가 처음으로 법정에서 직접 대면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

검찰은 심리전문가 김태경 교수의 심리적 진단을 근거로 김양이 정신이상 증세가 없으며 다중인격도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는 점을 피력할 예정이다.

증인으로 나오게 될 동료는 "구치소에서 지켜본 김양의 모습은 전혀 정신이상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김양의 어머니가 정신이상 증상에 관련한 책을 넣어주고 읽게 했다"고 앞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이 과정에서 김양의 변호인은 자포자기한 듯한 발언을 거듭해 눈길을 끌었다.

김양의 변호인은 재판 말미에 “성인과 달리 피고인의 경우 만 18세 미만이어서 가장 무거운 형은 징역 20년”이라며 “심신미약이 인정될 것 같지도 않고 징역 20년을 받을 것 같다”고 재판 결과를 예단하다가 판사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어 "자괴감이 든다”며 “변호인이 해줄 게 없다. 증인을 불러 물어본들 무엇을 하겠나. 어서 재판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김양 변호인의 발언이 알려지자 "변호사도 김양을 마주대하기 무서울 듯", "김양이 심신미약이 아니고 변호사가 심신미약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양의 다음 재판은 이달 12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인천=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