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종교인 과세, 더 미룰 이유 없다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가 내년 1월 시행된다. 법대로라면 그렇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성직자에게도 근로소득세를 걷겠다고 한 지 50년 만이다. 종교인 과세는 2012년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장으로 공론화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말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정부도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방침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종교인 과세의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내년 1월 과세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또 불거진 과세유예 연장론

그런데 과세유예 연장론이 또 제기되고 있다. 준비가 부족해 혼란과 마찰이 예상돼서라고 한다. 이유는 이렇다. 종교 비영리법인에서 나오는 종교인의 소득이 과세 대상인데,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소규모 교단이나 단체가 많다는 것. 사례비·시주금·복채 등 종교별로 다양한 수입을 어디까지 소득으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 이단·사이비 종교단체들이 소득세를 낸 뒤 정통성을 주장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개신교계 보수 진영의 유예 요구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총대를 멘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대선 전인 지난 2월부터 과세유예 연장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개신교계가 주최한 한 콘퍼런스에서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은 법 시행은 종교인들에게 탈세범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국가 경영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리하게 종교인 과세를 강행할 경우 종교 갈등과 조세 저항을 초래할 것”(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더 이상의 과세 유예는 한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2년의 유예기간에 준비를 못했다면 정부도 종교계도 직무유기다. 등록하지 않은 단체는 등록하면 되고, 등록된 단체의 소속 종교인부터 세금을 내면 된다. 과세 대상 수입에 대한 논란도 괜한 걱정이다. 종교활동으로 받는 돈을 모두 양심껏 매뉴얼대로 신고하면 된다.

일단 시행 후 보완해야

이단·사이비 종교단체를 유예의 근거로 드는 것은 억지다. 이단과 정통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규모와 역사에 관계없이 각 종교, 교단은 모두 정통임을 자처한다. 이른바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의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든 말든 다른 종단이 시비할 일이 아니다. 사이비 종단은 말 그대로 ‘종교와 비슷하지만 종교가 아닌’ 단체다. 이들이 세금을 낸다고 종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종교단체라도 나쁜 짓을 하면 사이비가 된다.

이미 적잖은 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천주교는 1994년 3월 주교회의 결정으로 교구별로 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일찍부터 세금을 내온 교회들도 꽤 있다. 대한성공회, 한국기독교장로회처럼 교단별로 납세를 결의한 곳도 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납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 시행도 하기 전에 웬 걱정이 이렇게 많을까.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와 종교 탄압의 빌미가 될 거라는 걱정까지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과세 대상 종교인 20만여 명 가운데 실제로 세금을 낼 사람은 5만 명이 채 안 될 전망이다. 몇 명의 종교인이 얼마를 내느냐보다 중요한 건 국민은 누구나 세금을 낸다는 원칙의 실현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