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청권 외면한 중간광고
드라마 주문형비디오(VOD) 이용료는 회당 1500원이다. 그런데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최고의 한방’, MBC의 ‘군주-가면의 주인’을 보려면 2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33% 넘게 가격이 뛰었지만 분량은 한 시간으로 똑같다. 달라진 점은 하나다. 한 편을 30분 단위로 쪼개 1, 2회로 구분하고 1000원씩 받는다. 이유는 광고 때문이다. 1분 정도의 광고를 드라마 중간에 내보내기 위해 1, 2회로 나눴다.

수익성 앞에서 시청자는 보이지 않았던 걸까. 지상파의 ‘유사’ 중간광고인 ‘프리미엄 CM(premium commercial message·PCM)’에선 시청권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편법 여부보다 더 큰 문제는 프로그램 시청이라는 공공의 이익이 침해받고 있는 점이다.

방송법은 스포츠 실황 중계를 제외한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등은 허용된다. 지상파는 수익성 악화와 역차별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PCM을 일부 예능에 넣었다. 올해부터는 드라마로 확대하고 있다. PCM은 중간광고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기존 중간광고는 작품 한 편의 중간에 1분씩 들어간다. PCM은 한 회 분량 작품을 인위적으로 둘로 나누고 중간에 광고를 넣는다. 16부작 드라마가 갑자기 32부작이 되는 방식이다.

지상파가 이를 통해 규제 법령을 우회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지고 있다. 극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은 물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VOD 결제 비용이 뛰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시청자들의 심기가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VOD를 일정 기간 할인해 주는 등 이를 만회할 만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해결 노력도 중요하다. 지난해 지상파가 예능에 처음 PCM을 도입할 때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선이 이뤄진 만큼 개별 방송사 수익성보다 더 중요한 공공성에 대한 고민을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해야 할 때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