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브랜드 높여야 Made In Korea도 힘 받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알아도 ‘코리아’는 모른다.”

해외를 다니다 보면 요즘도 이런 얘기를 하는 외국인을 적지 않게 만난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인지도가 기업보다 못한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국가 브랜드는 해당 국가의 제품과 서비스에 신뢰를 주는 소프트 파워로 경쟁 기업이 모방하기 힘든 수출 경쟁력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실제보다 저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업체인 브랜드 파이낸스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1조92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브랜드 가치 비율이 7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GDP 대비 브랜드 가치(20조5740억달러) 비율이 111%에 달했고, 독일(3조8820억달러)과 영국(2조9420억달러) 역시 각각 111%를 기록했다. 또 국가 브랜드 가치 금액이 한국과 비슷한 네덜란드(1조1210억달러)의 경우 GDP 대비 가치는 한국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146%에 달했다.

이처럼 저평가된 국가 브랜드 가치는 한국 상품과 서비스가 제값을 못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산 제품은 실제 가치보다 평균적으로 9.3% 할인돼 수출되고 있다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수출되는 제품의 디스카운트 비율이 각각 11.5%, 13.7%로 높았다. 또 중소기업 제품의 디스카운트 비율(10.6%)이 대기업(4.4%)보다 높았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정책은 김대중 정부(1998~2002년) 시절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슬로건과 전담 조직이 바뀌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새 국가 브랜드로 선보인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도 표절 및 정치적 논란으로 사실상 힘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전략이 힘을 받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국가 브랜드 제고 전략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보경 국제무역연구원 기업경쟁력실 연구원은 “정보기술(IT)과 한류 등 한국의 장점을 기반으로 국내외 공감을 확보할 수 있고, 다른 산업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국가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1999년 도입한 ‘100% 순수 뉴질랜드’라는 국가 브랜드 슬로건을 지금껏 살려 나가고 있다. 자국의 청정 이미지를 앞세워 자연과 모험이 있는 관광국으로서의 매력을 강조했다. 1999년 160만 명이었던 해외 관광객은 2007년 245만 명으로 57% 증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