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FROM 100] '문사철' 교육이냐…'인문·과학 융합' 교육이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재가 한층 중요해진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을 산업·업무에 효율적으로 접목하는 건 결국 인간의 몫이어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 방법에 대해선 학계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문학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과학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의 결합·응용을 앞세워야 한다는 융합론이 그것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언어학과 철학·심리학 같은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알고리즘과 딥러닝·빅데이터 등 기술 측면의 개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려면 ‘문사철(문학·역사·철학)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할수록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인문학이 제대로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근본적인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논리다.

융합론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양한 전공이 접목됐을 때 소프트 인프라(soft infra) 구축이 이뤄질 수 있다”며 “단순한 인문학이 아니라 과학기술 시대의 여러 지식을 아우르는 교육 과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공 교육과 기초 교양 교육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해외에선 한 학과에서 졸업 학점의 일정 수준 이상을 이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며 “미래 대학 교육의 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미래 일자리는 빠르게 자주 바뀔 수밖에 없어 어느 일자리에서나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보경 연세대 교학부학장은 “교육을 통해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양성해야만 일자리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를 키우고 각 개인이 일자리 상실과 이동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단선적인 교육만 수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성인남녀 1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부가 추진해야 할 4차 산업혁명 정책 중 최우선 과제로 ‘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41.8%)이 꼽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