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가댓 구글X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는 “행복해지려면 지금 여기에서 당신의 삶을 살라”고 조언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모 가댓 구글X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는 “행복해지려면 지금 여기에서 당신의 삶을 살라”고 조언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행복은 수천 년간 이어져온 인류의 최대 화두다. 많은 철학자와 종교인이 인간의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고찰해왔다. 귀를 솔깃하게 하는 ‘행복해지는 공식’을 알려주러 온 이가 있다.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 연구조직인 구글X의 모 가댓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CBO·50)다. 구글 엔지니어가 ‘행복 전도사’가 됐다고 해서 더욱 화제다.

최고급 차 롤스로이스 두 대를 한꺼번에 사도 도무지 행복해질 수 없었다는 그는 12년간의 연구 끝에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행복 방정식’을 완성했다. 그의 행복 공식은 2014년 대학생 아들을 의료사고로 잃은 가장 불행한 순간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신의 행복 방정식을 세계에 전파해 1000만 명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를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행복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행복을 풀다'의 저자 모 가댓 구글X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
“저는 20대 후반까지 승승장구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승진을 거듭했고, 투자하는 건마다 성공해 부를 거머쥐었어요. 하지만 행복하진 않았습니다. 엔지니어여서 그랬을까요.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지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9년간 행복을 느끼는 모든 순간과 불행을 느끼는 모든 순간을 기록해 추세선을 그렸죠. 그리고 12년에 걸쳐 행복 방정식을 만들어낸 겁니다. 2014년 아들 알리가 죽은 것이 계기가 돼 책을 쓰게 됐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텐데요.

“아들이 죽은 뒤 오히려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알리가 맹장수술을 받았을 때 다른 병원으로 데려갔다면’ ‘다른 의사를 찾았다면’이라는 생각에 묻혀 있었다면 저는 불행해졌을 겁니다. 중요한 건 어떤 노력도 알리를 다시 되살릴 순 없었다는 거예요. 알리는 죽기 2개월 전 저에게 ‘세상을 바꾸는 일을 계속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우리는 그가 떠난 것에 대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알리가 이 세상에 와서 함께한 시간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갓난아이들은 기본적 욕구만 해결해주면 항상 행복한 상태로 살아갑니다. 인간의 ‘초기상태’가 행복한 상태라는 겁니다. 하지만 커가면서 좋은 성적, 사회적 성공을 원하면서 초기 상태의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어린아이에게만 이런 초기상태가 허락되는 건 아닙니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 일요일, 걱정스러운 일도 없고, 회사 상사가 괴롭히지도 않는 그 평온한 상태가 행복입니다. 행복은 ‘불행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대인은 왜 행복을 놓치고 있을까요.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삶에서 일어난 일이 기대와 맞아떨어졌을 때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자의 행복≥발생하는 일-기대감’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거죠. 반대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행합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기대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관점을 말합니까.

“내가 주장하는 행복 방정식은 머릿속에 들어 있는 ‘6가지 큰 환상과 7가지 맹점’을 버리고 ‘5가지 진실’을 좇으라는 것입니다. 없애야 할 6가지 환상 중 하나는 부정적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뇌는 인간의 생존 본능으로 인해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뇌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를 모두 믿어선 안 돼요. ‘내가 모든 일의 주인공’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또한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 밖에 과거에 집착하는 것, 모든 일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 역시 버려야 할 태도입니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환상은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는 통제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의 진행 상황 전체를 통제하고 싶어했습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몰랐던 거죠. 제가 인생에서 가장 통제하고 싶었던 건 자식의 행복이었지만 아들은 죽었어요. 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라는 걸 받아들일 때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재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과거나 미래도 못지않게 중요할 텐데요.

“아닙니다. 삶은 오직 ‘지금 여기’에만 있습니다. 지금 얘기하면서도 지나가고 있는 찰나의 순간, 이게 바로 삶입니다. 문제는 이 순간에도 과거와 미래를 걱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의 순간에 완전히 몰입한다면 행복할 가능성은 훌쩍 커집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마음이 뒤숭숭한 날엔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에서 열 가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나서 소란스러운 삶의 세계로 다시 들어가 보세요.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저는 33개 구슬로 만들어진 묵주를 일종의 토템으로 갖고 다닙니다. 주머니 속에서 구슬을 하나씩 넘길 때마다 뭔가를 관찰합니다. 부정적 생각을 생산해내는 머릿속에서 서성이는 대신 지금 여기에서 당신의 삶을 사는 겁니다.”

▷‘혁신’이 신앙이 되고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이론을 실천하는 게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옛날에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 요가나 명상을 했지만 현대사회에선 행복하기 위해 구체적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식을 만든 거죠. 오히려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는데 원천 차단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을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일하면서 행복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이 많은 겁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일에 동기 부여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그 일을 그저 수행하게 할 뿐입니다. 긍정적 기운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거죠.”

모 가댓은

△1967년 이집트 출생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경영대학원 석사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근무
△2007년 구글 입사
△2013년 구글X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