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이 세계 최대 규모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구축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일렉트릭의 전력 효율화 기술을 통해 연간 150억원가량의 전기료를 절감한다는 목표다.

현대일렉트릭은 오는 10월까지 현대중공업 본사에 총 246억원 규모의 ESS 및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을 설치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이 사업은 현대중공업과 울산시, 한국전력 계열사인 KEPCO에너지솔루션의 ‘에너지효율화사업 공동추진 계획’에 따른 것이다.

ESS란 전기를 저장장치에 담아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여름철 전력 부족 사태를 막고 태양광과 풍력 등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설비다. 전력 사용이 몰릴수록 요금이 비싸지는 국내에선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따라 수요가 커지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이 수주한 ESS는 산업시설용으로는 세계 최대 용량인 50㎿h(시간당 메가와트) 규모로 1만5000여 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을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다. 이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인 LG화학 익산 공장 내 ESS(23㎿h)보다 두 배 이상 크다.

현대일렉트릭은 자사의 지능형 에너지솔루션 ‘인티그릭’을 현대중공업 중앙전력통제소에 적용해 ESS와 시너지를 내기로 했다.

인티그릭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전기·열·가스 등 에너지 시설을 원격 제어하고 효율을 극대화해 에너지 절감을 도와준다. 이를 통해 울산 본사의 전기료를 연간 150억원가량 절감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여의도 2.5배 크기(700만㎡)인 현대중공업의 울산 본사는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전기료를 내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향후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조선 등에도 ESS와 인티그릭을 적용해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방침이다.

변압기 차단기 등을 만드는 국내 1위 전력기기업체 현대일렉트릭은 ESS와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SS관련 국내 경쟁자로는 효성, LS, 포스코ICT 등이 있고 작년 미국 ESS회사를 인수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든 두산중공업도 잠재적 경쟁상대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ESS의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26억달러에서 2021년 55억달러로 연평균 약 20%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에서 올해 건축된 공공기관 건물에는 ESS를 의무 설치토록 하면서 내수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해 2020년 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