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대북 지렛대 없는 안보 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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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조건 충족 없는 대북 대화는 불가능
방위비분담금·FTA재협상 현찰만 내준 셈
한·미관계 악화로 치러야할 비용 유념해야
이영조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경제학 >
방위비분담금·FTA재협상 현찰만 내준 셈
한·미관계 악화로 치러야할 비용 유념해야
이영조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경제학 >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활동과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이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인상을 사실상 수용했지만 한·미 동맹을 확인한 점, 그리고 북핵 문제에 대해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주된 근거였다. 이를 두고 한 언론은 “한반도 주도권 얻고 ‘FTA 어음’을 끊었다”고 표현했다.
돌이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평가에 인색하지 않았던 것은 문 대통령의 방미 직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관계가 한껏 긴장되면서 혹시라도 외교적인 참사라도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인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북핵 문제의 주도권이라는 어음을 얻느라 방위비 분담금과 FTA 재협상의 현찰을 내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외교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비교의 준거에 상당히 좌우된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발언 등으로 빚어진 대통령 방미 직전의 논란을 감안하면 방미 성과는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한·미 관계가 좀 더 매끄럽던 시절과 비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한·미 방위공약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합의는 뒤집어보면 한·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이를 재확인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 과거 정부가 연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불원간 이를 인상하겠다는 신호였던 것과 비슷하다. 연탄 가격을 정말로 인상하지 않을 양이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탈선 직전이었던 한·미 동맹 열차를 일단 정상궤도로 돌려놓은 만큼 앞으로의 과제는 수사(修辭)를 넘어서는 신뢰 구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확장억지력의 한 부분인 사드의 조기 배치가 시금석이 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이 미 하원 간담회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배치가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한 것은 일단 적절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미·일 관계의 응어리가 된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공사도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지연된 기억을 미국은 가지고 있는 만큼 추가로 믿음을 줄 수 있는 가시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최대 성과는 단연 북핵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제재와 압박을 정책 기조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대화의 중요성에 대한 양해를 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핵동결→대화→핵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법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선택지가 되고 말았다. 북한이 핵동결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에 응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지렛대도 사실상 전무하다. 게다가 북한은 한·미 정상의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ICBM을 발사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도 않을 뿐더러 핵무기와 투발수단의 개발을 계속하는 상태에서는 한국은 미국의 제재와 압박 정책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정상회담 기간에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것도 북핵 문제는 남북한을 넘어 국제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이 대화 노력을 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쓸모없는 주도권을 위해 많은 양보를 한 셈이다.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미국이 지지한다는 걸 언론은 대서특필했지만 이것은 과거에도 수사로는 미국이 늘 인정하던 것이다. 문제는 이 주도권에는 항상 많은 비용이 수반됐다는 점이다. 1994년 제네바기본합의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주도권을 앞세웠다가 경수로비용의 70%를 부담키로 한 사례가 있다.
한·미 동맹이 균열과 파국의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를 정상궤도에 올린 것은 분명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미 관계가 원만할 때는 당연시된 것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필요한 발언과 자극으로 관계를 악화시키면 그 대가로 상당한 실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영조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경제학 yjlee@khu.ac.kr >
돌이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평가에 인색하지 않았던 것은 문 대통령의 방미 직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관계가 한껏 긴장되면서 혹시라도 외교적인 참사라도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인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북핵 문제의 주도권이라는 어음을 얻느라 방위비 분담금과 FTA 재협상의 현찰을 내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외교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비교의 준거에 상당히 좌우된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발언 등으로 빚어진 대통령 방미 직전의 논란을 감안하면 방미 성과는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한·미 관계가 좀 더 매끄럽던 시절과 비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한·미 방위공약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합의는 뒤집어보면 한·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이를 재확인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 과거 정부가 연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불원간 이를 인상하겠다는 신호였던 것과 비슷하다. 연탄 가격을 정말로 인상하지 않을 양이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탈선 직전이었던 한·미 동맹 열차를 일단 정상궤도로 돌려놓은 만큼 앞으로의 과제는 수사(修辭)를 넘어서는 신뢰 구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확장억지력의 한 부분인 사드의 조기 배치가 시금석이 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이 미 하원 간담회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배치가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한 것은 일단 적절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미·일 관계의 응어리가 된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공사도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지연된 기억을 미국은 가지고 있는 만큼 추가로 믿음을 줄 수 있는 가시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최대 성과는 단연 북핵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제재와 압박을 정책 기조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대화의 중요성에 대한 양해를 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핵동결→대화→핵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법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선택지가 되고 말았다. 북한이 핵동결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에 응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지렛대도 사실상 전무하다. 게다가 북한은 한·미 정상의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ICBM을 발사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도 않을 뿐더러 핵무기와 투발수단의 개발을 계속하는 상태에서는 한국은 미국의 제재와 압박 정책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정상회담 기간에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것도 북핵 문제는 남북한을 넘어 국제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이 대화 노력을 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쓸모없는 주도권을 위해 많은 양보를 한 셈이다.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미국이 지지한다는 걸 언론은 대서특필했지만 이것은 과거에도 수사로는 미국이 늘 인정하던 것이다. 문제는 이 주도권에는 항상 많은 비용이 수반됐다는 점이다. 1994년 제네바기본합의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주도권을 앞세웠다가 경수로비용의 70%를 부담키로 한 사례가 있다.
한·미 동맹이 균열과 파국의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를 정상궤도에 올린 것은 분명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미 관계가 원만할 때는 당연시된 것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필요한 발언과 자극으로 관계를 악화시키면 그 대가로 상당한 실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영조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경제학 yjlee@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