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삼송빵집은 1957년 대구 남문시장의 작은 가게로 시작했다. 3대에 걸쳐 ‘마약빵’이라 불리는 통옥수수빵을 만들며 대구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2014년부터 서울 등 각지로 진출, 지금은 전국에서 16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삼송빵집이 짧은 시간에 ‘전국구 빵집’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통옥수수빵 주재료인 스위트콘 등의 식재료를 한꺼번에 공급받아 전국 어디서나 대구 본점과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삼송빵집의 성공 뒤에는 식자재 유통 및 급식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가 있었다.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돋보이는 강자다. CJ프레시웨이는 전국 프랜차이즈와 외식업체 7800여 곳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삼송빵집을 비롯해 디저트 카페 ‘설빙’,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가앤쿡’, 미슐랭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수불’,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 등 수많은 외식업체가 CJ프레시웨이에서 매일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안전과 빠른 배송이 핵심 경쟁력

식자재 유통업 시장 규모는 약 105조원대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시장과 맞먹는다. 2만5000개의 크고 작은 업체가 경쟁하는 이 시장에서 성공의 핵심은 식품 안전과 빠른 배송이다.

CJ프레시웨이는 경기 이천과 광주광역시, 경남 양산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전국 1일 배송이 가능하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해 유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식재료 오염을 방지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업체가 난립하면서 생겨난 복잡한 유통구조 문제는 산지 직거래와 계약재배를 통해 풀고 있다. 유통 단계에서 생기는 가격 거품을 빼고 유통구조를 선진화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식품안전센터도 CJ프레시웨이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통하는 모든 상품은 식자재 구매부터 조리 공정에 이르기까지 식품안전센터의 엄격한 분석 과정을 거친다. 협력업체 상품도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산지에서 식탁까지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게 핵심”이라며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공급이나 원산지 조작 등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와 외식업체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자 등 상생 시스템 구축

CJ프레시웨이는 단순한 식재료 공급에만 그치지 않고 거래처를 위해 다양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외식 트렌드 변화 등의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한편 원가절감 방안, 신메뉴와 레시피 등을 제안한다. CJ프레시웨이 측은 “외식산업에는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성장을 함께 고민해야 CJ프레시웨이 사업도 탄력받는 구조”라며 “중소 유망 업체와 손잡고 이들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대 청년들이 모여 3년 만에 서울에 11개 점포를 내고, 연매출 2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외식 전문업체 ‘청년장사꾼’이 대표적인 예다. CJ프레시웨이는 국내 도매채널 공급권을 갖고 있는 냉동감자 전문회사 심플로트의 냉동감자를 이곳 대표 메뉴인 감자칩에 접목하기로 했다. 청년장사꾼은 CJ프레시웨이의 물류망을 활용해 전국으로 점포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4월부터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 전문업체 제로웹과 손잡고 거래처에 모바일 홈페이지를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기적인 자료 업데이트와 기타 유지보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비용과 기술 문제로 자체적인 모바일 시스템 투자를 못 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실시간 유동인구 데이터도 제공해 입지 선정과 상권 분석, 오프라인 잠재 고객층까지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사들이 더 효율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베트남 공략 … 아시아의 ‘시스코’ 노린다

CJ프레시웨이는 세계 최대 식자재 유통기업인 미국 시스코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해 기준 약 42만 개 거래처에서 5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스코는 △원스톱, 온라인 배송서비스 구축 △거점별 물류센터 운영을 통한 정시 배송 △거래처에 지속적인 영업 컨설팅과 마케팅 지원 등을 한다. CJ프레시웨이와 닮은꼴이다.

CJ프레시웨이는 이 같은 시스템 구축을 통해 2015년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도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 10% 안팎 성장을 지속하는 비결은 해외사업 확대다. 해외사업의 핵심 거점은 베트남이다. CJ프레시웨이는 급성장하는 베트남에 한국형 식자재 유통시스템을 이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최대 외식기업인 골든게이트와 연간 100억원 규모의 식자재 구매 통합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부터 이 회사가 운영하는 180여 개 점포에 수입육 공급을 시작했다. 베트남 최대 국영 유통기업인 사이공트레이딩그룹과 손잡고 국내 우수 농가에서 생산한 제철 과일도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 사업 확장에 따라 CJ프레시웨이는 지난 5월 현지에 5620㎡(약 17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착공했다. 연내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베트남 현지에서 인기 있는 수입육 저장량을 늘릴 수 있다. 현지 유통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CJ프레시웨이는 2012년엔 베트남 단체급식 시장에 진출했다. 첫해 약 18억원이던 매출은 5년 만에 10배로 성장했다. 지난해 베트남 사업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700억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병원 골프장 단체급식도 석권

CJ프레시웨이의 또 다른 사업 축은 단체급식이다. 특히 병원과 골프장 등의 단체급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병원 위탁 급식시장은 급식업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환자식은 일종의 치료식이어서 각종 질환과 섭취 방식에 따라 다른 식단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3년간 대형병원 최다 수주를 기록했다. 올해도 국립중앙의료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과 계약했다. 세브란스병원과는 급식시장에서 이례적으로 13년간 장기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급식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골프장에서도 업계 선두로 나섰다. CJ프레시웨이가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골프장만 전국 32곳에 달한다. 올해만 오션힐스CC(포항, 영천, 청도), 거제뷰CC, 아라미르CC 등의 단체급식을 수주하며 경쟁 업체와 3배 이상 격차를 벌였다. 급식업계의 전통적 수주처인 기업 사무실이나 공장 등을 벗어나 업계 최초로 레저문화사업부를 신설해 틈새시장을 개척한 것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