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목표는 맥도날드였지만, 피해는 노동자가 입는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애틀, 최저임금 13弗로 올린 후 노동자 임금 한달에 125弗 줄어
고용주가 노동시간 축소했기 때문
최저임금이 오르면 비용도 올라
생산성 있는 사람만 생존하게 돼
노조가 대의명분 위해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잃는 노동자 늘어나
고용주가 노동시간 축소했기 때문
최저임금이 오르면 비용도 올라
생산성 있는 사람만 생존하게 돼
노조가 대의명분 위해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잃는 노동자 늘어나
최근 미국 시애틀의 최저임금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워싱턴주립대 경제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시애틀 시정부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2014년 9.47달러(약 1만920원)에서 지난해 13달러(약 1만5000원, 2021년에는 15달러가 된다)로 올린 뒤 노동자 임금이 한 달에 125달러(약 14만4000원)나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용주들이 노동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뭔가의 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아무래도 덜 사기 마련이다. 이것이 경제학의 기본 법칙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불편해 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의 동기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서 비롯한 게 아니다. 노동조합과 싱크탱크, 시민단체들이 시작했다. 국제서비스종업원노조(SEIU)가 밝히듯 그들은 3000만달러(약 346억원) 이상을 ‘15달러 투쟁’에 쏟아부었다. 그로 인한 혜택이 대부분 조합원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가겠지만 말이다.
SEIU가 숨기려 하지 않는 또 다른 사실은 ‘15달러 투쟁’의 목표가 특정한 한 회사, 즉 맥도날드(McDonald’s)라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업계 성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지만 SEIU는 맥도날드 내부에 노조를 설립하려고 노력해왔다.
최저임금 15달러는 평온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추진된 게 아니다. 패스트푸드산업과 그 노동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체결된 기본 노동관계를 바꾸는 게 목적이다. 한 시간에 15달러를 벌면 연소득은 3만1200달러(약 3600만원)가 된다. 이 돈으로도 생계를 유지하긴 어렵다. 하지만 주휴수당, 보험 등 각종 혜택을 추가하고 대부분 가구가 맞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근로자들은 지금의 ‘맥잡(맥도날드에서 햄버거 패티를 뒤집는 직업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노동)’과는 다른 삶을 누릴 수도 있다.
노조는 맥도날드의 덴마크 사업을 좋아한다. 맥도날드는 덴마크에서 직원에게 1년에 연봉 4만1000달러(약 4700만원)와 5주간의 유급휴가를 주고 있다. 잡지 ‘애틀랜틱’은 2년 전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면 10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중산층이 될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는 다른 산업의 저임금 근로자에게도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이 말은 꽤나 근사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틀린 얘기다. 맥도날드가 한 시간에 15달러를 주고 고용할 근로자는 시간당 8.29달러에 쓰는 패스트푸드 근로자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비용이 올라갈 것이고 사업은 축소될 것이다. 직원을 자동화 기계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 시간에 15달러를 받을 만한 생산성을 가진 사람에겐 시간당 15달러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한 시간에 15달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생산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맥도날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시간당 15달러 이상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력이 없거나 미숙한 사람 등 누구든 어딘가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일부는 큰 부담이 없는 일자리를 원한다. 책임지지 않고 좀 더 자유를 누리는 직업을 원한다면 적은 임금을 받는 게 맞다. 미국 패스트푸드산업은 그런 사람들을 기반으로 사업해왔다.
‘15달러 투쟁’에 나선 이들은 패스트푸드 사업의 고용주들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헌신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직원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왜 고용주들이 스스로 임금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가. 최저임금이 15달러가 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어떨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15달러 투쟁’에 참여해 “풀타임 일자리는 가족을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도 꽤 멋졌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일자리는 존재해선 안 되며, 가족을 지원할 만한 생산성이 없는 사람은 일자리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국을 포함해 최저임금을 책정한 많은 국가는 청소년, 연수생, 보호관찰자, 장애인 등 특정 범주의 사람들을 위해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정하고 있다. 정말 궁금하다. 최저임금이 정해져 있는데 그보다 더 낮은 임금이라.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15달러 투쟁’에 나선 이들은 저임금 일자리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더 낮은 임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시인하고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다.
SEIU는 맥도날드에 노조를 만들려고 ‘15달러 투쟁’을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알듯이 그런 아이디어는 계속 있어왔고,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은 회비를 뭔가에 계속 써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회원들은 회비를 계속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SEIU의 지출 우선 순위가 다시 바뀌었다. 요즘 노조의 리더십은 선거와 정치에서 가치를 재발견했다. 노조는 2018년 의회 중간선거,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15달러 투쟁’을 위해 쓰던 기금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에서의 연구와 그에 관한 기사들은 노조가 ‘15달러 투쟁’에서 발을 빼는 결정을 더 쉽게 만들고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한경 독점제휴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홀맨 젠킨스 주니어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뭔가의 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아무래도 덜 사기 마련이다. 이것이 경제학의 기본 법칙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불편해 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의 동기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서 비롯한 게 아니다. 노동조합과 싱크탱크, 시민단체들이 시작했다. 국제서비스종업원노조(SEIU)가 밝히듯 그들은 3000만달러(약 346억원) 이상을 ‘15달러 투쟁’에 쏟아부었다. 그로 인한 혜택이 대부분 조합원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가겠지만 말이다.
SEIU가 숨기려 하지 않는 또 다른 사실은 ‘15달러 투쟁’의 목표가 특정한 한 회사, 즉 맥도날드(McDonald’s)라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업계 성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지만 SEIU는 맥도날드 내부에 노조를 설립하려고 노력해왔다.
최저임금 15달러는 평온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추진된 게 아니다. 패스트푸드산업과 그 노동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체결된 기본 노동관계를 바꾸는 게 목적이다. 한 시간에 15달러를 벌면 연소득은 3만1200달러(약 3600만원)가 된다. 이 돈으로도 생계를 유지하긴 어렵다. 하지만 주휴수당, 보험 등 각종 혜택을 추가하고 대부분 가구가 맞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근로자들은 지금의 ‘맥잡(맥도날드에서 햄버거 패티를 뒤집는 직업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노동)’과는 다른 삶을 누릴 수도 있다.
노조는 맥도날드의 덴마크 사업을 좋아한다. 맥도날드는 덴마크에서 직원에게 1년에 연봉 4만1000달러(약 4700만원)와 5주간의 유급휴가를 주고 있다. 잡지 ‘애틀랜틱’은 2년 전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면 10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중산층이 될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는 다른 산업의 저임금 근로자에게도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이 말은 꽤나 근사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틀린 얘기다. 맥도날드가 한 시간에 15달러를 주고 고용할 근로자는 시간당 8.29달러에 쓰는 패스트푸드 근로자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비용이 올라갈 것이고 사업은 축소될 것이다. 직원을 자동화 기계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 시간에 15달러를 받을 만한 생산성을 가진 사람에겐 시간당 15달러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한 시간에 15달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생산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맥도날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시간당 15달러 이상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력이 없거나 미숙한 사람 등 누구든 어딘가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일부는 큰 부담이 없는 일자리를 원한다. 책임지지 않고 좀 더 자유를 누리는 직업을 원한다면 적은 임금을 받는 게 맞다. 미국 패스트푸드산업은 그런 사람들을 기반으로 사업해왔다.
‘15달러 투쟁’에 나선 이들은 패스트푸드 사업의 고용주들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헌신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직원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왜 고용주들이 스스로 임금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가. 최저임금이 15달러가 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어떨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15달러 투쟁’에 참여해 “풀타임 일자리는 가족을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도 꽤 멋졌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일자리는 존재해선 안 되며, 가족을 지원할 만한 생산성이 없는 사람은 일자리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국을 포함해 최저임금을 책정한 많은 국가는 청소년, 연수생, 보호관찰자, 장애인 등 특정 범주의 사람들을 위해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정하고 있다. 정말 궁금하다. 최저임금이 정해져 있는데 그보다 더 낮은 임금이라.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15달러 투쟁’에 나선 이들은 저임금 일자리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더 낮은 임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시인하고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다.
SEIU는 맥도날드에 노조를 만들려고 ‘15달러 투쟁’을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알듯이 그런 아이디어는 계속 있어왔고,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은 회비를 뭔가에 계속 써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회원들은 회비를 계속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SEIU의 지출 우선 순위가 다시 바뀌었다. 요즘 노조의 리더십은 선거와 정치에서 가치를 재발견했다. 노조는 2018년 의회 중간선거,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15달러 투쟁’을 위해 쓰던 기금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에서의 연구와 그에 관한 기사들은 노조가 ‘15달러 투쟁’에서 발을 빼는 결정을 더 쉽게 만들고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한경 독점제휴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홀맨 젠킨스 주니어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