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이 들어도 수매가 등락에 신경 쓰느라 마냥 기뻐할 수 없었는데, CJ프레시웨이와 계약재배를 맺고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판매 걱정이 없어졌어요.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어 한결 부담을 덜었습니다. 더군다나 수확량이 늘어나면 이익을 공유해주니 농사 지을 맛이 납니다.”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서 쌀 계약재배에 참여하고 있는 서상원 씨(47)는 올해 1필지(3900㎡)를 기준으로 쌀 82가마를 수확했다. 일반 농가보다 단위 면적당 9% 정도 많이 생산했다. CJ프레시웨이가 올해 업계 최초로 초과이익 공유제를 도입하면서 필지당 수익도 평균 13만2500원이 올라갔다.

황등면은 국내 4대 쌀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쌀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벼 재배 농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풍년이 들어도 전국적으로 쌀이 초과 생산되면 쌀 수매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농부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계약재배가 시작된 뒤부터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 이 지역의 250여 농가가 벼를 재배하는 면적은 550ha(약 166만평)에 이른다. 이곳에서 연간 약 5000t의 쌀을 생산하는데, 이 물량을 전부 CJ프레시웨이가 사간다. 초과이익 공유제까지 도입하면서 서씨와 같이 계약재배에 참여한 250여 농가는 기준보다 더 많이 수확된 쌀에 대해 더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계약재배로 품질이 상향 표준화된 쌀을 유통단계를 줄여 대량 공급하면 회사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은 농가 계약재배 면적 확대와 종자확보 비용으로 사용돼 결국 농가의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쌀뿐만이 아니다. CJ프레시웨이는 매년 지속적으로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기업~농가 간 대표적인 상생모델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익산, 강릉, 제주를 비롯한 전국 12개 지역에 있는 560여개 농가와 계약재배를 해 1200억원 규모의 농산물을 구매했다. 쌀을 포함해 양파, 딸기, 무, 감자 등 모두 9개 품목을 계약 재배했다. 물량은 연간 약 1만9000여 t에 달한다.

올해는 계약재배 면적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대비 3배가량 계약재배 면적을 늘려 여의도 면적의 4배(1100ha)에 달하는 농지에서 10개 품목을 재배한다. 재배면적 확대에 따라 참여 농가도 800여 개로 늘었다.

계약재배는 기업과 농가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다. 기업은 고품질 농산물을 신선하게 확보할 수 있고,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이 유통되기까지는 5단계(산지→산지수집상(유통인)→공판장(경매)→제조사(제분과정)→CJ프레시웨이)를 거치지만 계약재배는 3단계(산지→지역 농업법인→CJ프레시웨이)만 거친다. 기업은 가격경쟁력과 신선함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올해는 65세 이상의 실버농가를 계약재배 대상 농가에 일정 비율로 포함시키는 등 상생경영을 시작했다. 또 협력사의 식품 안전 역량 강화도 지원하고 있다. 2008년부터 협력업체를 초청해 미생물 분석과 실습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는 “계약재배와 식품안전 교육 등은 사업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CJ그룹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철학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식자재 유통의 근간이 되는 농가, 협력사와의 다양한 상생활동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