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건강관리관
절염 환자 90% 통증 악화
장마철 되면 외부기압 낮아져…순환장애 생기고 유연성 '뚝'
무릎을 적절한 온도로 유지해야…레인부츠 신으면 연골에 부담
수면장애·우울증도 증가
수면 유도 호르몬 멜라토닌, 흐린 날 분비↑… 생체리듬 깨져
취침 2시간 전 IT기기 꺼야
비가 오면 관절염 환자의 통증이 심해진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절반 이상이 관절염을 앓고 있다. 이들 환자의 90% 이상은 비가 오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장마철에 관절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기압, 습도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날씨가 흐려지면 일조량이 줄고 외부 기압이 낮아진다. 외부 기압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관절 속 압력은 높아지고 염증이 생긴 부분이 팽창해 관절이 붓는다. 주변 신경을 자극해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호르몬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일조량이 줄면 몸 속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기분이 가라앉아 순환장애가 생기고 관절 유연성이 떨어져 통증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장마철 관절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증이 생긴 무릎 부위를 적절한 온도로 유지해야 한다. 잠자기 전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으로 찬바람을 쐬는 것을 자제하고 평소에도 얇은 옷 등으로 무릎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은 “관절 주위 혈액순환을 개선하려면 찬바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마철에는 더위와 습기 때문에 선풍기 에어컨 등을 가까이 하는 일이 많은데 염증이 있는 관절에 찬바람이 닿으면 관절 주위 근육이 뭉치고 관절액도 굳어져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에 따라 찜질을 하는 것도 도움된다. 볶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운 소금으로 아픈 관절을 마사지하는 소금찜질은 관절 염증을 줄이고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따뜻한 물에 아픈 관절을 담그고 마사지하는 것도 도움된다. 다만 관절에 열이 나고 부어 있으면 아이스팩 등 냉찜질이 좋다.
이 센터장은 모관운동법도 추천했다. 바닥에 누워 팔다리를 90도 각도로 들고 털어주는 운동법이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팔다리 관절의 혈액순환을 개선할 수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할 수 있는 시간만큼 운동하면 되는데 5~10분 정도 아침저녁으로 하면 좋다.
한방에서는 율무, 호박, 팥 등이 습기를 없애는 식재료다. 이뇨작용이 강한 율무는 습기를 제거하고 몸을 가볍게 한다. 가루를 내 죽을 끓여 먹거나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시중에 파는 율무차보다는 율무를 직접 볶아 차로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생강 계피 인삼 등은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장마철에 마시면 좋다.
레인부츠도 관절 통증 원인
장마철에는 평소 앓고 있던 관절염이 심해지기도 하지만 빗길에 넘어지거나 다쳐 관절 질환이 생길 위험도 크다. 미끄러운 빗길에 넘어져 골절이 생기는 일도 많다. 넘어지면서 손목이나 엉덩이 부위에 이상을 느끼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 노인은 근력이 약하고 골밀도가 낮아 작은 충격에도 큰 부상을 당하기 쉽다. 빗길 낙상 사고를 방지하려면 평소 빠른 걷기, 수영, 스트레칭 등을 해 관절과 근력의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미끄럼 방지 신발을 신는 것도 도움된다.
장마철 방수를 위해 신는 레인부츠도 관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레인부츠는 주로 고무나 합성수지 등 무거운 재질로 만든다. 길이가 길고 부피가 커 일반적인 신발보다 무겁고 밑창이 딱딱하다. 이정훈 목동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부츠가 무거우면 질질 끌며 걸어 평소 안 쓰던 근육이나 연골에 무리가 간다”며 “긴 부츠를 신으면 발등과 발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무릎을 사용해 걷기 때문에 무릎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레인부츠를 신을 때는 발바닥 전체를 한 번에 디디게 돼 발에도 무리가 간다. 오래 신으면 허리에도 부담이 간다. 장시간 신지 말고 비교적 짧고 가벼운 부츠를 선택하는 게 좋다.
불면증 우울감 심해져
장마철에는 비구름 때문에 일조량이 줄어든다. 흐린 날이 계속되면 몸 속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늘고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수면 유도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은 일조량 변화에 따라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장마철 낮 시간에 멜라토닌 분비가 늘면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체 리듬이 깨져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햇빛을 쬐는 시간이 줄면 비타민D 합성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부족은 수면장애, 우울감 등의 원인이 된다.
불면증은 전체 인구의 30~40%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을 동반하는 일이 많고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잠은 뇌와 몸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수면장애로 뇌가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심하면 치매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마철에는 습한 날씨 때문에 잠자리에 들어도 반복적으로 깨는 일차성 불면증이 생기기 쉽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일차성 불면증은 온도 조도 습도 등의 수면 환경만 개선해도 좋아질 수 있다”며 “실내온도 20~22도, 습도 40~60%, 어두운 조명 등의 숙면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밤에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수면장애 원인 중 하나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심야에 모니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노출되면 생체 리듬이 깨질 수 있다. 밤 10시 이후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면 멜라토닌 분비에 문제가 생겨 수면 사이클이 깨질 수 있다. 태블릿PC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2시간 이상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노출되는 빛의 세기와 시간이 증가할수록 각성 효과도 커진다. 잠들기 2시간 전에는 가급적 스마트 기기를 가까이 하지 말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야 할 때는 청색광을 줄여주는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장마철에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 뇌 신경 전달물질 균형이 깨지면 우울감, 무기력감, 의욕 저하, 불안감 등이 생길 수 있다. 실내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명상 스트레칭 음악감상 등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심리적 안정을 취해야 한다. 평소 자신도 모르던 우울증이 장마철에 생기는 일도 많다. 우울증 증상이 2주 넘게 계속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