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들이 늘면서 서울 대림동 ‘연변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중국 동포들이 늘면서 서울 대림동 ‘연변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조선족 등 중국계 외국인 주거 밀집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과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가 한한령(限韓令) 속에서도 중국발(發) ‘웨딩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곳에 모여 사는 조선족 거주자 간 결혼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중국 현지에서 ‘원정 웨딩’까지 오고 있어서다. 하객에게 식사 대접뿐 아니라 노래방 등 각종 유흥이나 관광까지 제공하는 조선족 특유의 풍습 덕분에 일대 상권이 덩달아 호황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7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대림역(지하철2·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1·7호선) 신풍역(7호선) 일대 예식장에서 조선족 간 결혼 비중이 전체의 70%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취업난과 급증하는 주거비 등으로 혼인 건수가 크게 줄면서 국내 웨딩업계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곳만큼은 예외다.

중국 동포 '웨딩 특수'…대림·가리봉동 예약 꽉 찼다
대림역에는 조선족 전용 웨딩홀까지 등장했다. 9층짜리 빌딩 전체를 예식장으로 쓰는 쿤룬대주점은 내부 인테리어를 아예 중국식으로 꾸몄다. 이들 예식장은 조선족 맞춤형 웨딩드레스 대여 및 판매와 머리 손질, 화장 등 관련 사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중국 동포들은 나름의 네트워크가 있어 한 번 입소문을 타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이 일대 호황은 기본적으로 중국 등에서 조선족 거주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조선족 대부분은 결혼 후 국내에 정착하려는 욕구가 강한 편이다. 조선족 전문 결혼컨설팅회사인 로렌티아의 박영희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 청년들은 대부분 생활력이 강하고 결혼 후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의식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또 “최근엔 한국에 사는 부모들이 중국에 남아 있는 자식들을 데려와 결혼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선족 결혼식은 혼례 후 하객에게 단순히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객이 많고 이들이 내는 축의금도 건당 50만~100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흔하다. 김성학 중국동포연합중앙회 회장은 “조선족들은 결혼 당일 예식장 근처 노래방과 음식점 전체를 빌려 하객을 대접한다”고 설명했다.

신풍역 인근 한 노래방 점주는 “일요일에 200~300명이나 되는 중국 동포들이 노래방을 통째로 빌린다”며 “일요일 예약은 11월30일까지 끝났다”고 전했다. 중국 음식점 백옥미를 운영하는 유순녀 대표도 “창업한 지 1년 반밖에 안 됐는데 중국 동포 결혼을 타깃으로 하는 음식점만 주변에 10여 개 생겼다”고 말했다.

웨딩에 이어 돌잔치 등도 활발해지고 있어 일대 상권은 점점 더 활기를 띨 조짐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