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등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함부르크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등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함부르크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 개최한 별도 양자회담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추가 제재 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맞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 주석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이번 G20 정상회의는 북핵 문제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핵 놓고 평행선 달린 G2

지난 4월 초 정상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에 시 주석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과 관련한 매우 중대한 문제들에 중국이 해 온 일들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에 대해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감행한 만큼 중국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비롯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와 시 주석이 원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9일 두 정상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한 발언을 뜯어보면 북핵 문제의 구체적 해법을 둘러싸고 두 정상이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에 제재와 함께 국제사회가 대화와 상황통제를 위한 노력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 포기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미국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북핵 규탄’ G20 공동성명에서 제외

시 주석은 같은 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이견을 노출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ICBM 발사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반대할 경우 독자 제재에 나서겠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지난 7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역시 비슷한 양상이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북핵 문제를 우리가 보는 것과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비공개 세션에서 각국 정상들은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며 “모든 정상이 (북핵 관련) 상황 전개가 매우 위협적이라고 큰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대로 애초 공동성명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 규탄’ 관련 내용은 빠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G20 정상회의가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세계에 안정을 가져다주기는커녕 불안감만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김동윤/워싱턴=박수진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