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2세, 경영 참여 본격화
한미약품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창업주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전무까지 등기임원으로 등재되면서다. 작년 임 회장의 장남 임종윤 사장이 단독 대표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2세 경영구도를 완성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 전무는 올초 한미벤쳐스 사내이사로 임명됐다. 한미벤쳐스는 작년 6월 임 회장과 계열사 한미IT가 1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투자회사로 임 회장 차남이자 임 전무 동생인 임종훈 한미IT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임 회장의 세 자녀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이던 임 전무까지 한미약품 관계사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장남과 차남에 가려져있던 임 전무가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기 위한 준비 단계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미약품에서 10년 동안 일하며 임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임 회장의 2남1녀 중 둘째인 임 전무는 1974년생으로 미국 스미스칼리지 음악과를 졸업한 뒤 2007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인적자원개발(HRD) 업무를 담당했다. 작년부터는 글로벌 전략 업무까지 영역을 넓혔다.

임 전무의 투입이 한미벤쳐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설립 당시 사내이사로 임명된 손지웅 당시 한미약품 신약개발본부장(부사장)은 올초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이직했고 김재식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늑장공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에 따라 조직 재정비 차원에서 임 전무와 조인산 한미약품 이사를 사내이사로, 송기호 한미사이언스 이사를 감사로 임명했다. 바이오 벤처기업에 수십억원의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오너가의 영향력을 강화해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한미벤쳐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창업투자회사를 소유하지 못하게 돼 있어 일반법인으로 등록됐다. 한미약품은 구체적인 투자 대상이 정해지면 전문인력을 영입해 창투사로 등록을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벤쳐스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한 만큼 바이오 벤처 투자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