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어제 귀국했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일과 ‘강화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로 한 공동성명까지 내면서 전통적 ‘해양동맹’을 복원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도발을 일삼는 북한과 제재에 미온적인 중·러에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도 강조했지만, 무게 추는 ‘제재와 압박’에 쏠렸다. 청와대 관계자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 배경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까지 국제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소득주도 성장, 사람 중심 투자 등 새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는 어떻게 보면 ‘의례적’일 수 있는데, 이를 빌미로 논란이 많은 정부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원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일시 공사중단 협조 요청을 달랑 한 장짜리 공문 형식으로 시공업체에 보냈다.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대책도 없어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탈(脫)원전 공약 자체가 애초부터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서 갈등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갑갑하기는 다른 내치(內治)에서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됐지만, 아직 내각 구성조차 마무리되지 않았다.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논의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도 가동이 멈췄다.

결국 열쇠는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때 협치(協治)를 강조하며 야당과 수시로 만나고, 야당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노력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선거 공약이라고 해서 사후 검증과 보완조치 없이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철저한 검토를 거쳐 과속이 우려되는 공약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할 때 더욱 박수 받는 리더십이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