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VS '헤지펀드 거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헤지펀드의 거물’ 폴 싱어가 미국 텍사스주의 최대 송전 회사 ‘온코(Oncor)’를 놓고 정면대결을 벌이게 됐다.

애초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인 벅셔해서웨이가 온코의 모회사인 에너지퓨처홀딩스를 사들이는 것으로 굳어졌지만 싱어가 설립한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인수전 참여를 적극 검토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에너지퓨처홀딩스는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해 온코와 함께 매물로 나왔다. 온코는 텍사스에 12만1000마일(19만㎞)에 달하는 전기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다. 벅셔해서웨이는 90억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기존 부채는 떠안는 조건으로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까지 더하면 실제 기업가치는 180억달러로 평가된다.

에너지퓨처홀딩스의 주채권자이기도 한 엘리엇은 당초 온코 지분 80%를 매각하는 데 동의했었다. 하지만 벅셔해서웨이가 제안한 금액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엘리엇은 버핏이 제안한 정도의 금액으로는 손실을 만회하기에 부족해 직접 회사를 사들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싱어가 직접 입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최대 채권자로서 버핏의 인수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싱어가 주채권자로서 파산한 온코의 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을 통해 회사 매각을 막도록 하는 권리도 이용하려 한다고 전했다. 버핏이 더 좋은 인수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양측의 격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력 수도 등 유틸리티 회사에 관심을 보였던 버핏에게는 이번 인수전이 10년 전의 실패를 설욕한다는 의미도 있다. 버핏은 2007년 온코의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였다가 상당한 손실을 보고 매각했다. 운용자산이 330억달러에 달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 역시 손해를 감수하면서 온코의 매각을 눈감을 경우 평판이 나빠질 수 있다. 월가에선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