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올해 중소기업과 대학 등에 제공하려고 했던 4차 산업혁명 연구개발(R&D) 지원금을 당초 40억원에서 절반(2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20억원은 미세먼지 저감기술 개발 지원에 쓰기로 했다. 올해 초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으나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당초 계획을 바꾼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 우려가 크다”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는 최근 1주일이 멀다 하고 미세먼지 대책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논란이 적지 않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소문별관에서 한양도성 내 대기질을 해치는 노후 경유차량 진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선 진출입로에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는 단속 시스템을 설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책이 발표됐지만 기존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행 제한 차량의 기준도 정해지지 않아 ‘알맹이 없는 토론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시간 서울시청에서는 미세먼지 대책 관련 브리핑이 열렸다. 미세먼지를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자연재난으로 선포했다. 학계에선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으로까지 표현하는 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지난 5월 말에는 광화문광장에 시민 3000여 명을 모아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도 열었다. 시민 아이디어를 듣는다는 취지로 예산 1억5000여만원을 투입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 환경공학과 교수는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다수다 보니 ‘시내버스 천장에 텃밭을 만들자’라거나 ‘인천 앞바다에 대형 분수를 설치하자’는 수준의 논의가 나오는 데 그쳤다”며 “서울시가 미세먼지를 소재로 홍보나 발표에 너무 치중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주목도가 높은 미세먼지 올인 정책이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을 부른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예보가 있는 날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무료 운행 하루에만 버스 17억원, 지하철 19억원 등 36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마스크 보급 등 ‘미세먼지 10대 대책’에만 2020년까지 6500억원의 예산이 들 것이란 게 서울시 자체 추산이다. 한 시민은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이 있겠느냐”면서도 “원인 규명도 잘 안 된 상태에서 연 1600억원의 큰돈을 쏟아붓는 것이 포퓰리즘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