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유재산으로 전환하려는 36개 출자기관의 비(非)핵심자산은 대부분 ‘알짜사업’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면세점 임대사업이 대표적이다. 국고로 전환하면 정부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자산이나 수익이 감소해 투자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약 재원 마련 급한데 증세는 어렵고…결국 '공공기관 쥐어짜기'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자 ‘공공기관 쥐어짜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반발이 예상되는 증세를 피해 ‘만만한’ 공공기관에만 부담을 떠안긴다는 우려다. 세계적으로 공공기관 민영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한국만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핵심 알짜사업 국고로 귀속

10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공항 면세점 임대료로 8689억원을 벌어들였다. 스카이72골프장, 그랜드하얏트 인천호텔 등에 임대한 총 533만㎡ 규모 보유 토지에서도 같은해 총 494억원의 임대료를 받았다. 비항공 사업 부문에서 임대료로만 9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1조3013억원 중 70.6%에 달한다. 면세점과 임대 토지를 정부에 넘기면 영업이익은 4000억원 이하로 줄어든다. 반면 정부는 배당금과 세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6000억~7000억원의 수익을 추가로 올리게 된다.

자산 국유화 방식으로는 기부채납(공공기여)과 유상감자가 거론되고 있다. 기부채납은 출자기관이 정부에 대가 없이 자산을 기부하는 것이다. 국유재산법에서는 기재부가 기부를 받도록 돼 있다. 유상감자는 정부 출자지분 일부를 소각하는 대가로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다. 정부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줄어들지만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국유화한 자산을 해당 출자기관이 관리하도록 위탁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사후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공기업 투자 재원은 어쩌나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5877억원의 임의적립금이 있기 때문에 면세점 등 자산 이전이 회사 경영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의적립금은 법규 등에 따라 의무적으로 적립하지 않고 회사 경영판단에 따라 향후 사업 확장 등을 위해 적립하는 이익잉여금이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임의적립금을 현금으로 쌓아 놓지 않고 대부분 각종 시설투자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715억원에 불과하다. 올 들어 자금 조달을 위해 29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기존 임의적립금은 제2여객터미널 건설 등에 사용하고 있다”며 “2023년까지 터미널 확장 등에 4조2000억여원을 추가로 사용하기로 한 데다 비정규직 직원 약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연내 전환할 예정이어서 이익 적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채는 산더미인데…

정부의 자산 국유화 방침을 두고 ‘공공기관 쥐어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36개 출자기관에서 받았거나 받기로 한 배당금은 총 1조5562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1조2213억원)보다 27.4%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133조원의 부채가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3764억원, 부채가 50조원인 한국전력공사는 2313억원을 정부에 배당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출자기관에서 받는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출자기관 평균 배당성향(총배당금/당기순이익)은 2015년 24.38%에서 2016년 30.25%, 올해 31.89%로 매년 증가 추세다. 정부는 2020년까지 배당성향을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평균 20% 안팎인 민간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을 훌쩍 뛰어넘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채를 갚거나 투자해야 할 돈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산 이전 등으로 넘기면 결국 재무구조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재정에도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