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이 해당 국가의 대표 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수십 개 국가를 맡아 투자하는 등 신흥국 펀드가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흥국 증시 못 따라가는 '신흥국 펀드'
◆“면밀한 분석 없이 투자”

1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가 3.72% 올랐지만 국내 자산운용사의 브라질펀드 평균 수익률은 0.54%에 그쳤다. 전체 9개 펀드 가운데 보베스파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펀드는 ‘프랭클린브라질’(4.96%) 한 개에 불과했다.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 펀드(-3.13%)는 손실을 냈다.

베트남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도 ‘시장(대표 주가지수)’을 이기지 못했다. 베트남 호찌민(VN)지수가 올해 17.71% 상승하는 동안 펀드 수익률은 이보다 4.03%포인트 낮은 평균 13.68%에 그쳤다. 11개 펀드 중 호찌민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펀드는 한 개도 없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대표 주가지수인 IDX종합지수의 상승폭(연초 이후 9.78%)이 펀드 수익률(7.24%)을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특정 국가가 유망하다’는 판단이 서면 너도나도 ‘붕어빵’ 펀드를 찍어내는 운용업계 관행이 수익률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한 펀드매니저에게 여러 국가의 투자를 맡기는 일이 많다. 신준형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중국과 베트남, 인도,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 5개와 글로벌 고배당 펀드 등 총 8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김종육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헬스케어펀드에다 동유럽, 일본 지역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전재현 키움자산운용 펀드매니저도 중국과 동유럽, 러시아펀드를 혼자 맡는 등 투자 영역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해당 국가의 거시경제 상황과 주식시장에 속한 기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기계적으로 투자하는 일이 많다”며 “이렇다 보니 효과적인 위험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흥국은 ETF 투자가 유리”

여러 국가에 투자하다 보니 시장 상황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아시아 신흥국과 북·중미 지역을 함께 맡으면 24시간 내내 일하지 않는 이상 장중에 주식을 사고파는 게 불가능하다”며 “종가로 거래를 주문해 놓고 퇴근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시장 규모가 크고, 해당 지역의 전문인력이 다수 있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 펀드는 올해 좋은 성과를 냈다. 중국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지난 7일까지 17.17%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상승률(10.13%)과 상하이A지수 상승률(3.53%)을 넘어섰다. 유럽 주식형펀드 수익률(10.11%)도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 상승률인 5.21%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신흥국 펀드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KINDEX인도네시아MSCI상장지수’ ETF는 연초 이후 11.95% 올라 대표 주가지수를 크게 앞섰다. ‘KINDEX베트남VN30상장지수’ ETF는 베트남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 전체 2위(17.48%) 수익률을 올렸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