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만큼 중요한 직업훈련
4차 산업혁명은 최첨단 산업을 떠올리게 한다. 인공지능(AI)과 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사이버-물리세계를 통합하고 제조·생산과정을 혁신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선진국의 사례는 다른 점을 보여준다. 독일 핀란드 스위스 영국 등은 사람, 즉 근로자의 능력에 주목한다. 아무리 첨단기술이라도 산업 현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근로자의 역량과 태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의 ‘도제형 직업교육’은 이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일을 통해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을 가르친다. 핀란드 직업학교 옴니아가 대표적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도 이렇게 전달된다. 이들 나라는 직업훈련에 많은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는 국내총생산의 0.51%를 쓴다. 덴마크(0.52%), 독일(0.21%)도 모두 한국(0.08%)보다 많다.

한국은 직업훈련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정책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직접 일자리 창출 사업’이 더 주목받는다. 유럽 선진국은 직업훈련에 일자리 창출보다 4~10배 많은 예산을 지출한다. 반면 한국은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높다. 기존 일자리는 없어지고 새로운 기능·기술이 요구되는 일자리가 계속 늘고 있다. 근로자들이 감당하려면 훈련을 통해 고용잠재력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은 그런 점에서 앞서 있었다. 당시는 한 번 취직하면 정년 때까지 한 기업에서 일하는 ‘평생직장’의 신화가 무너지던 때였다. 정부는 직업 안정에서 고용 안정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러려면 직장을 옮기는 과정, 즉 실직 기간에 새로운 기술 습득이 필수적이다. 이 기간 생계 유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것이 실업보험(사회안전망)의 역할이다. 이렇게 되면 유연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연안정성’이라는 언뜻 모순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아니더라도 직업훈련은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시장에 맡겨두면 필요한 만큼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다. 직업훈련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기본기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