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부자 감세…친기업 드라이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부자 감세’에 나선다. 프랑스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30만유로(약 17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개인에게 부과하는 부유세(ISF·세율 50~60%)를 보유 부동산에 대한 세금(IFI)으로 바꾸고, 투자 자본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며, 자본소득에는 더 낮은 세율(30%)을 적용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며칠 내 의회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한 감세와 친(親)기업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이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정부가 금융을 ‘적’으로 규정하고 고소득자에게 75%의 고율 부유세를 매긴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프랑스 금융인이 잇달아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올랑드 정부는 2년 만에 이 정책을 폐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냈지만 노동개혁을 제외한 경제정책은 180도 다르다.

마크롱 정부의 정책은 기업 유치와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2022년까지 파리에 고교 과정을 담당하는 국제학교 세 곳을 추가로 열겠다고 밝혔다.

연간 15만유로(약 1억9700만원) 이상을 버는 금융업계 임직원의 근로소득세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금융회사들이 파리로 올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두겠다는 것이다.

필리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은 친(親)EU, 친기업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세워 당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프랑스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뭔가 깊고 힘 있는 변화가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국민이 그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취지다. 필리프 총리는 지난주 첫 국회 연설에서 프랑스가 “공공지출에 중독돼 있다”는 강한 표현을 써가며 방만한 정부 재정 운용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문제는 갑작스런 대규모 감세를 감당할 만한 여력이 있느냐다. 일간 르피가로는 이번에 공개된 부자 감세로 줄어드는 세수가 시행 방식에 따라 연 30억~60억유로(약 3조9300억~7조8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운동 당시 밝힌 연 20억유로보다 훨씬 많다.

프랑스 정부는 또 이르면 내년부터 지방정부의 주 수입원인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감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체 가구의 80%가 혜택을 받지만 이로 인한 세수 감소폭도 연간 10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제럴드 다르마냉 예산장관이 이날 내무부와 국방부 중심으로 연 45억유로 재정지출 축소 계획을 발표했지만 재정적자 규모를 늘리지 않고 대규모 감세를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EU는 회원국에 연간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회원국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해 유로화 환율에 부담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하지만 올랑드 정부 시절 재정적자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탓에 감세를 하지 않아도 올해 이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필리프 총리는 감세 시행 시기를 2019년으로 늦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브루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당장 지출을 줄이고 감세도 하자는 쪽이다. 필리프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스케줄을 확정해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