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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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입안이 너무 쓰려서 이를 닦을 수 없어요.”

2007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들이 최종훈 연세대 치과대학 구강내과학 교수(사진)에게 호소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몸이 약해져 있던 터라 시중에 파는 일반 치약은 너무 자극이 강했다. 최 교수는 “그때부터 치약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닥터초이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연세대 치대 교수 창업 1호다.

처음부터 치약을 개발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2007년 당시 그는 유통업체를 찾아가 순한 치약으로 알려진 미국 ‘바이오텐’을 다시 수입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치약회사와 제약사에 환자도 쓸 수 있는 치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직접 치약 개발에 나섰다.

“치약 성분을 연구하면서 치과의사인 저도 몰랐던 내용을 많이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 거품이 많이 나도록 치약에 라우릴황산나트륨(SLS) 같은 합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데 이게 입안을 얼얼하게 합니다. 입안에서 조금씩 흡수되면 건강한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최 교수가 선보인 첫 제품은 ‘위코니’라는 이름으로 2009년 출시됐다. 사업을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동업했다. 국내 병원을 중심으로 보급하면서 매출이 점점 늘었다. 수익금 일부는 좋은 일에 기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동업자와의 갈등이 커졌다. 최 교수는 동업자와 결별하고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그게 지금 최 교수가 대표로 있는 닥터초이스다. 시장에서 위코니를 정리하고 품질을 개선해 내놓은 제품이 ‘좋은치약’이다. 식물성 계면활성제와 식물성 오일을 쓰고, 항산화 비타민인 코엔자임Q10을 넣어 인체 유해성분을 최대한 없앴다.

그는 “이 치약으로 이를 닦고 귤을 먹어도 입안이 쓰지 않다”며 “항상 일정한 미각을 유지해야 하는 요리사나 소믈리에에게도 좋은 제품”이라고 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품이 잘 나지 않고 청량감이 덜하다. 최 교수는 “입안 가득 나는 거품만 믿고 사람들이 오히려 칫솔질을 꼼꼼하게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웃었다.

최 교수는 닥터초이스를 치약을 넘어 다양한 구강 관리용품을 생산하는 전문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유럽·중국시장 진출은 물론 코스닥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제 이름을 걸고 회사 이름(Dr.Choi’s)을 지었어요. 이름값 하려고 좋은치약이라고 했죠. ‘프롬 마우스 투 라이프’라는 회사 모토처럼 사람들의 구강 건강을 안전하게 책임지는 회사로 키울 겁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