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 성공 발표로 충격을 받은 미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이 11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코디악 기지에서 한 사드 요격 시험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의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체 14개를 사드 미사일로 모두 명중시켰다고 미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날 사드 요격 시험은 비행체의 발사 시간을 미리 특정하지 않는 등 실전 상황과 똑같은 조건에서 이뤄졌다고 MDA는 설명했다. 미국이 사드로 IRBM 요격시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샘 그리브스 미사일방어국장은 성명에서 “정부와 오늘 실전 훈련을 실행한 팀이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다”며 “이번 요격 시험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파괴하는 사드 무기 체계의 능력을 실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는 실존하고 증가하는 위협으로부터 미국민과 해외 파병군, 동맹국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는 IRBM 이하의 사거리를 보유한 탄도미사일을 높은 고도에서 요격해 떨어뜨리는 무기 체계다. ICBM은 요격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미 국방부는 이번 사드 요격 시험이 최근 북한의 ICBM 발사 시험과는 전혀 관련 없이 수개월 전부터 예정됐던 훈련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당초 사드 요격 시험을 지난달 말 실시할 계획을 하고 있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지금도 알래스카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이번 사드 운용 시험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