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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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유럽 등 글로발 중앙은행들의 정책선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석학들과 투자대가들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까지 끌어들여 경기방어에 나선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면서 또 다른 불확실성이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립자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 “중앙은행의 반전은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달리오는 “지난 9년간 각 국의 중앙은행들이 이자율을 제로로 낮추면서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이라는 이름의 현금을 퍼부었다”며 “이 결과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명목 이자율을 명목 성장률 밑으로 떨어뜨리면서 실질 이자율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이를 통해 “부채의 증가와 경제 성장이 상대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끌고 왔지만 이제 이러한 시대는 끝나간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들은 그동안의 (유동성에 취했던) 파티의 분위기를 더 이상 고조시키지 않도록 ‘펀치볼’(punch bowl)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면서 경제를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도록 하는 수준에서 돈줄을 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리오는 “이를 감안할 때 우리는 계속 춤을 추면서도 출구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닥터 둠’으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날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를 싣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서 ‘통화정책의 새로운 비규범’(The New Abnormal in Monetary Policy)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뉴 애브노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 국 중앙은행이 펼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뉴 노멀’(new normal)로 불린 것에 빗대 글로벌 금융시장이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쓴 용어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영국 중앙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 캐나다(BOC)와 호주(RBA) 중앙은행까지 통화정책 정상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선진국중에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곳은 일본(BOJ)과 스위스(SNB) 정도에 불과하다.

루비니 교수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정책금리를 균형수준으로 되돌려놓는데 성공하더라도 그 수준은 연 3%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칠 경우 중앙은행은 다시 양적완화에 나서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사용하게 될 것이며,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2%에서 4%에서 올려 더욱 강력한 유동성 공급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월가의 한 전문가는 “시장에서는 여전히 Fed의 긴축기조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시장 변동성의 증대가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