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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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격이 급락한 원유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러시아·브라질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가격이 떨어진 지금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배짱 투자’에 나선 것이다.

○유가 급락하자 반등에 베팅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TIGER원유선물Enhanced(H)’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이후 지난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평균 94만4841주가 거래됐다. 지난 1~5월 하루 평균 거래량(36만3172주)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이 ETF는 WTI 선물 가격이 오를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대표적 ‘원유 재테크’ 상품이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42.53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다음날인 지난달 22일 이 ETF 거래량은 224만8617주까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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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말 배럴당 51달러를 넘었던 WTI 선물 가격이 4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오자 ‘바닥’이라고 판단한 개인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TIGER원유선물’ ETF를 한 주도 거래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발(發) 위기가 불거지지 않는 한 올 하반기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초 미국 원유 재고량 감소와 달러화 약세 등의 여파로 배럴당 47달러까지 올랐던 WTI 선물 가격은 지난 7일 다시 45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개인들은 지난달 22일 원유 선물 지수 상승분의 약 두 배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도 90만8858주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날 이 ETN 주가는 5.04% 급락했다.

○“섣부른 ‘바닥 판단’은 위험”

국제 유가 하락과 정치 불안 등으로 최근 두 달 새 주가지수가 급락한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최근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각각 -8.66%, -3.47%(에프앤가이드 집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각각 14.68%, 8.84%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중국과 유럽 주식형 펀드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냈지만, 반년 동안 965억원과 15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반면 중국과 유럽 주식형 펀드에선 같은 기간 6131억원과 4612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 러시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40대 자산가 이모씨는 “러시아 펀드 수익률이 나쁘다는 건 그만큼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유가가 50달러 선을 넘으면 러시아 증시도 폭락 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는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관계없이 대외 여건에 따라 수익률이 급등락을 되풀이할 수 있는 만큼 섣불리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원유에 투자하고 싶지만 원금 손실이 두려운 ‘소심한’ 투자자들 사이에선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인기다.

올 들어 11일까지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 자산으로 한 공모형 DLS는 5000억원어치가 넘게 발행됐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3981억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DLS는 원유·귀금속·곡물 등 기초 자산 가격이 1~2년 동안 40~60% 하락하지 않으면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정기옥 하나금융투자 프로덕트솔루션실 차장은 “DLS는 펀드나 ETF보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작아 신중한 투자자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