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주목해 온 개혁성향 학자…소득 불평등 통계 보강할 듯
아시아인 최초 세계행정학회장…인사행정 이론·실무 경험 풍부
신임 통계청장으로 12일 임명된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54)은 30여 년간 노동경제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해온 학자다. 개혁 성향이 강하고 정책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 학자란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 때 청장을 지낸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에 이어 두 번째 여성 통계청장이다.
서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졸업 후 2년간 노동자신문(주간지)에서 기자로 일한 이색 경력이 있다. 노동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노동연구원과 KDI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취약계층 고용상황, 소득불평등 분야 등을 연구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정부 정책 자문을 맡았다.
황 청장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실업률’을 고용통계 보조지표로 발표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통계청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부터 체감실업률을 보조지표로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황 청장을 발탁한 것은 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할 노동·소득·불평등 관련 통계 구축을 주도할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 청장은 통계청이 올해 말 국세청의 소득자료를 반영해 내놓을 신(新)지니계수 개발을 이끄는 것을 시작으로 재임 기간 소득 양극화나 취약계층 고용 통계 등을 대폭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5월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소득 10분위 배율(소득 하위 10%의 평균소득 대비 상위 10%의 평균소득 비율)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지만 지니계수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계청을 비판하기도 했다. 통계청은 황 청장의 주장이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시장소득기준으로 소득 10분위 배율을 산출한 결과”라며 반박 자료를 냈었다. 통계청이 공개적으로 반박한 인물이 통계청장으로 오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황 청장이 개인 소신을 과도하게 반영한 통계를 생산해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황 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일상생활에 매우 유용한 통계를 많이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판석 “인사혁신 발전 위해 노력하겠다”
문재인 정부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12일 임명된 김판석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교수(61)는 인사행정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국내외 대학에서 행정학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사행정학회 회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 초기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을 지내는 등 인사 분야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겸비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인사행정에 정통한 학자로, 공직 인사제도 발전에 기여해왔고 이론과 식견은 물론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췄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 행정학 분야의 가장 오래된 국제학회인 세계행정학회(IIAS) 회장에 아시아인으로는 80년 만에 처음 당선됐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2월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으로 임명된 뒤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 등을 추진했다. 이듬해인 2004년 12월 현업 복귀를 이유로 비서관을 사임했다. 김 처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직과 교수직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모두 투입해 인사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열/임도원/오형주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