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기업인 만남은 하등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기업이 불편한 관계이면서 경제가 활성화된 나라는 없다. 재벌개혁을 들어 대통령과 총수들의 만남을 사시(斜視)로 보는 것은 속좁은 단견일 뿐이다. 전임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는 문 대통령은 정경유착 등의 오해로부터도 자유롭다. ‘일자리 정부’가 되려면 일자리 창출 주역인 기업들과의 상호이해와 협력도 필수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첫 간담회이기에 기대도 많다. 서로 불필요한 오해가 있다면 풀고, 생산적 소통을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과거처럼 기념사진 찍고, 덕담이나 건네는 형식적 간담회부터 지양해야 마땅하다. 참석자가 20명을 훌쩍 넘을 텐데, 한 마디씩만 해도 1~2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실사구시를 강조해온 대통령이 내용보다 형식을 선호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성향이면서도 기업인들을 수시로 만나 조언을 구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클린턴은 틈만 나면 빌 게이츠, 잭 웰치, 샌퍼드 웨일 등 기업 총수들을 만나,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FOB(Friends of Bill’s·빌의 친구들)’라고 불린 기업인들에게서 ‘IT(정보기술) 고속도로’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덕에 미국 경제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클린턴은 ‘일자리 800만 개’를 공약한 일자리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번 문 대통령과 총수들의 간담회는 형식을 떠나 서로 허심탄회하게 듣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대통령과 총수들만큼 ‘미래 먹거리’를 걱정하는 이들도 없다. 첫 만남을 기회 삼아 더 자주 머리를 맞대고,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의기투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