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건물 사진.
한국은행 건물 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긴축 행보가 금리인상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가계부채 부담이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좁히는 모습이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한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13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통화 긴축'을 잇따라 시사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연내 보유 자산 축소를 예고했다. 1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올해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할 것"이라며 "금리는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7년만에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말에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가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했다.

한국은행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초저금리 및 양적완화 기조'가 종식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덩달아 금리인상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가계부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수년 간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14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은 가중된다.

가계부채의 증가세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했고,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4조3000억원 늘어나며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동결이 만장일치로 결정됐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빨라진 가계부채 증가 속도, 내수경기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올해는 금리동결이 최선"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은행 안팎에선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긴축에 돌입하는 가운데 한국만 '마이웨이'를 외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금리와 수준이 같아진 점은 부담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미국이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역전되고, 자본유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원인이 저금리에 있는 점도 금리인상 요구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국내 경제도 수출 중심의 성장세가 나타나면서 금리인상 분위기는 조성되는 모양새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리결정과 함께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지난 4월 연 2.5%에서 2.6%로 올려잡은 가운데, 이날 추가 상향조정이 예상된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9%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점도 상향 조정에 힘을 싣고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정책효과가 추가된다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3.0%를 웃도는 실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