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들은 여름철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고 과일 음료수 아이스크림 팥빙수 등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다 보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맨발로 다니거나 샌들을 신다가 발에 상처를 입어 당뇨병성 족부병변이 생길 위험도 크다. 무더위 때문에 쉽게 지치고 열대야와 휴가 등으로 생활리듬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건강한 사람은 이 같은 환경에 잘 적응하지만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당뇨병 환자가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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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올리는 여름과일 주의해야

날씨가 더우면 입맛을 잃기 쉽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관리할 때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식사와 균형 잡힌 메뉴다. 당뇨병 환자가 지켜야 할 1순위는 식사요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뇨병 환자에게 식사는 중요하다. 식사를 잘 해야 혈당, 혈중 지질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 합병증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해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대사질환이다. 고혈당, 고지혈증, 고혈압 등 혈관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 크다. 평소 식사와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한다.

아무리 더워도…당뇨 환자, 맨발로 슬리퍼 신으면 '족부질환' 위험
단순히 음식을 덜 먹는 것은 올바른 당뇨 식사요법이 아니다. 몸에 꼭 필요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많으면 균형이 깨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잡곡밥은 식이섬유가 많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 당뇨병 환자에게 좋지만 반드시 현미나 흑미 같은 잡곡밥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혈당 조절을 위해서는 쌀밥이든 잡곡밥이든 허용량을 지켜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는 적절한 영양 공급과 표준체중 유지를 목표로 식사해야 한다. 혈당 관리를 위해 채소 등 섬유소가 많은 식품 섭취는 늘리고 설탕이나 꿀 같은 단순당 섭취를 피해야 한다.

식단을 마련할 때는 입맛을 유지하면서 알맞은 열량을 맞출 수 있는 냉채, 오이냉국, 겨자채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생기고 이 때문에 혈당이 높아지기 쉽다.

수분 섭취에도 신경써야 한다. 음료수는 단순당이 많이 들어 있어 혈당 관리에 좋지 않다. 열량이 있는 이온음료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수경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무가당이라고 표기된 음료수에도 설탕이나 포도당 대신 과당이나 당 알코올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료와 첨가물, 영양소 함량 등의 표기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갈증이 나거나 땀을 많이 흘렸을 땐 시원한 냉수나 끓여 식힌 보리차를 마시는 게 좋다. 고기, 달걀, 생선 등을 먹어 신체 조직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다만 하루 섭취량(몸무게 1㎏당 0.8~1.2g)에 맞춰 섭취해야 한다. 고기는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요리하기 전 고기를 찌거나 살짝 데치면 기름기를 줄일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과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곤 한다. 음식을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먹어야 한다. 탄수화물은 총 열량의 50~60%, 지방과 단백질은 각각 20% 내외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전 교수는 “비만이 너무 심하거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환자, 콩팥 이상 징후를 보이는 환자 등 개인의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식사 요법이 다르다”며 “의사와 상의해 질환 상태에 맞는 식사요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자기 전 발 건강도 챙겨야

당뇨병 환자가 여름철 가장 조심해야 할 신체 부위는 발이다. 날씨가 덥고 습기가 많은 데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에는 족부궤양 등 다양한 종류의 당뇨병성 족부병변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족부병변을 예방하려면 발을 깨끗이 하고 발에 상처 등이 생기지 않았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발 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발을 씻는 물의 온도는 손으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발을 씻은 뒤에는 발가락 사이를 충분히 말리고 보습에도 신경써야 한다. 슬리퍼나 샌들은 가급적 피하고 사이즈가 살짝 넉넉하면서 발가락과 뒤꿈치 부분이 막힌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발에 상처가 나거나 물집이 잡혔을 때, 굳은살이 생겼을 때, 발 색깔이 변했을 때는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물가 해변 수영장 등에서 절대 맨발로 다녀선 안 된다.

김 교수는 “다리와 발이 유난히 화끈거리거나 저리고 통증이 느껴지면 족부질환 합병증 가능성이 높다”며 “의사와 즉시 상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항상 발에 관심을 갖고 매일 자기 전 발을 꼼꼼하게 점검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여행 갈 때는 현지어 처방전 준비

당뇨병 환자는 여름 휴가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혈당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의료진과 상의해 혈당을 조절한 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행일정 사본, 당뇨병 진단서, 현지어로 된 처방전을 준비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경구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챙겨야 한다. 혈당측정기와 소모품, 혈당측정기에 들어갈 여분의 건전지, 당뇨수첩, 당뇨병 인식표 등도 필요하다.

인슐린 주사는 고온에서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4~20도 정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용 케이스 등에 따로 보관해야 한다. 여행 중에는 음식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에 변화가 많다. 평소보다 자주 혈당검사를 해야 한다. 간식을 휴대하고 활동량에 따라 식사량도 조절하는 것이 좋다. 한국과 시차가 큰 나라로 여행을 가면 주치의와 상담해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운동을 하면 말초조직 혈액순환이 늘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도 낮아진다.

무더운 여름에 운동할 때는 수분 소모가 많기 때문에 탈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는 20분마다 200mL씩 물을 마신다. 장시간 운동을 할 때는 5~10% 미만의 당분이 함유된 스포츠음료를 주기적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운동 전후 혈당을 측정해 저혈당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운동은 심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아침이나 저녁에 해야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나무그늘,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도 좋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땀복을 입고 운동하는 것은 삼간다. 직사광선을 피하려면 통풍이 잘되는 모자와 옷을 입어야 한다. 운동 중 자주 쉬고 운동 강도를 평소보다 10~20% 낮추는 것이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수경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