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삼성·한화·교보·태광 등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대기업 그룹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재무건전성 및 계열사 내부 자금거래를 일일이 감시받을 전망이다. 정부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란 새 감독체계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통합감독 대상으로 지정된 그룹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 대출·출자 등을 엄격히 제한받게 된다.
2018년부터 금융자산 많은 대기업 '현미경 감독'
14일 더불어민주당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9일 발표할 100대 국정과제에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방안’을 포함하기로 확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그룹에 대한 건전성 감독이 느슨하다는 판단에 따라 통합감독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통합감독시스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새 시스템의 골자는 금융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증권, 보험, 카드사 등 금융계열사를 두 곳 이상 보유한 그룹에 대해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2013년 증권계열사를 통해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팔았던 동양그룹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게 도입 취지다. 세부 방안은 올 하반기에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단 모범규준을 마련해 해당 그룹이 자율적으로 건전성 기준을 맞추도록 유도하고 1~2년 뒤 법제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통합감독그룹 선정 기준이다. 정부는 2015년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이 작성한 ‘금융그룹 감독 개선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기준을 논의 중이다. 당시 금융연구원 등은 △그룹 내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인 곳 △그룹 내 금융자산 비중이 40% 이상인 곳 △금융업권별 자산 비중이 10%가 넘는 계열사를 두 곳 이상 보유한 곳 등을 선정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동부그룹, 태광그룹, 미래에셋그룹, 교보생명그룹 등이 통합감독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말 기준 삼성그룹은 그룹 내 금융계열사 자산 비중이 53.6%이며, 한화그룹은 72.4%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연구원 등이 제시한 것과는 약간 다른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자산 총액이나 그룹 내 금융자산 비중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통합감독 대상으로 지정될 그룹에는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우선 통합감독그룹 내 대표 금융회사를 지정해 모든 금융계열사의 재무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금융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대출, 상품판매 등 내부거래도 제한한다.

또 금융계열사의 적정자본을 평가할 때 계열사 간 출자지분을 제외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55%를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이 경우 통합감독 대상 그룹 소속 금융계열사들은 자기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