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유튜브 속 '그 언니'가 쓰는 화장품의 정체는?
동영상 속 친절한 ‘언니’였던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이들이 만든 제품을 쓰면 그들만큼 뛰어난 화장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화장품산업은 제품이 아니라 환상을 파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뷰티업계가 뷰티 크리에이터를 주목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도 뷰티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이른바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뷰티 크리에이터인 ‘회사원A’와 함께 ‘회사원A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스페셜 에디션은 여름 메이크업을 주제로 산뜻한 색깔을 택해 주목받았다.

◆‘포니’와 ‘개코’, 독자 브랜드 출시

컬래버레이션을 뛰어넘어 최근엔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은 ‘포니’와 ‘개코’다. 가수 씨엘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며 유명해진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니(본명 박혜민)는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메이크업 화장품 브랜드인 포니 이펙트를 출시했다. 이 브랜드는 쿠션 파운데이션, 립 팔레트, 마그네틱 브러시, 립 틴트 등 여러 제품을 내놓았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온·오프라인 280개 채널에서 판매되며 K뷰티를 이끌고 있다.

포니만이 아니다. 네이버 블로거로 출발해 각종 메이크업 팁을 제공해 온 개코(본명 민새롬)도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았다. 개코는 웨딩 서비스 기업인 아이패밀리SC와 합작해 지난해 9월 색조 화장품 브랜드 롬앤을 출시했다. 출시 한 달 만에 네이버 쇼핑 파운데이션 부문 1위, 화장품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다. 미국 호주 아시아 각국과 수출 계약을 하고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는 등 색조화장품업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높은 인지도 장점…차별화 필수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메이크업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포니 이펙트를 운영하는 미미박스 관계자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코스메틱업계에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다”며 “포니 이펙트는 소비자 성향과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만들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미미박스와 포니가 함께 출시한 아이섀도 팔레트 ‘샤인 이지 글램’은 론칭 40분 만에 약 2만5000개를 ‘완판(완전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고객층 확보도 유리하다. 뷰티 크리에이터의 인지도가 곧 브랜드의 홍보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롬앤을 내놓은 아이패밀리SC 관계자는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기존 고객층과의 두터운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고 동시에 새로운 고객층 또한 개코의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코스메틱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선 뷰티 크리에이터 브랜드만의 장점이 필요하다. 포니 이펙트는 미미박스와의 협업을 통해 강점을 키워 나가고 있다.

미미박스 관계자는 “뷰티 스타트업인 미미박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뷰티업계를 공략하고 있는데, 포니 이펙트 또한 고객의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만든 뒤 개별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을 추천해 주거나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메이크업 시장의 ‘큰손’ 뷰티 크리에이터

‘코덕’(코스메틱과 덕후의 합성어)들에게 유용한 메이크업 정보를 알려주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웬만한 셀러브리티 못지않은 인지도가 있다. 초창기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포털 사이트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코덕을 만났다.

유명한 립스틱 아이섀도 등의 발색 사진을 찍고 화장법을 알려주는 포스팅을 게시함으로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영상매체가 발달하면서 동영상을 통해 화장법을 시연하며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현재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 네이버 캐스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화장법을 올리고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가 알려주는 화장법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눈썹 다듬기, 아이라인 번지지 않게 그리기, 이른바 ‘저렴이’(로드숍 브랜드)와 ‘고렴이’(백화점 브랜드) 화장품 발색 비교하기부터 연예인의 화장법을 따라 하는 ‘커버 메이크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명지 한경비즈니스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