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4일 제주 하니크라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4일 제주 하니크라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의 ‘문준용 씨 의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3일 국회 정상화를 위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추 대표의 자극적인 발언에 대해 사실상 대리 사과를 하면서 체면이 구겨지게 된 것이다.

추 대표는 14일 제주 하니크라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극심한 고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는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전날 사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는 국민의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까지 추경 심사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회에 해빙 무드가 조성된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추 대표는 다만 최고위 뒤 열린 공로당원 표창 수여식 축사에서 “제가 무슨 계산을 하며 자기정치를 하고 그러겠나”고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추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 향후 당·청 관계는 물론 여야 간 협상 국면도 경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야당과의 협상에서 당대표가 배제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추 대표와 임 실장 간 공개 석상에서의 충돌은 이번이 네 번째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전후 과정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청와대 인선 등을 놓고 이견을 노출해 불화설에 휩싸였다. 양측 간 갈등설이 퍼지면서 공개석상에서 의도적으로나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갈등과 불신은 여전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야당은 추 대표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주선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가 추 대표 발언에 대해 사과한 이상, 앞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추 대표의 어떤 발언이 있더라도 듣지 않고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