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단교'에 웃는 이란…중동 헤게모니 중심축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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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형 바뀌는 중동
'수니파 맏형' 사우디와 대리전
이라크-시리아-레바논까지 이란 주도 '시아파 동맹' 확대
사우디, 친이란 견제에도 터키 지원·미국 제재 풀려
이란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
'수니파 맏형' 사우디와 대리전
이라크-시리아-레바논까지 이란 주도 '시아파 동맹' 확대
사우디, 친이란 견제에도 터키 지원·미국 제재 풀려
이란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주요 아랍국이 지난달 5일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이란이 중동의 헤게모니를 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라비아반도 6개 걸프왕국(사우디 쿠웨이트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의 ‘맏형’ 역할을 하는 사우디가 이란을 견제하려고 친(親)이란 정책을 펴온 카타르에 단교 카드를 밀어붙였지만, 이는 오히려 이란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조만간 이란과의 핵 협상 합의 내용을 준수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버락 오바마 정부가 타결한 이란 핵합의는 ‘재앙적인 수준’이라며 이를 폐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경제 제재에서 풀린 이란은 더욱 영향력을 키울 전망이다.
◆아랍국 분열 즐기는 이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카타르 단교 사태가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경쟁으로 촉발됐지만 이란에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싱크탱크 스트래티직리서치의 하산 아흐마디안 연구원은 “사우디는 아랍국의 반(反)이란 동맹을 의도했지만 카타르에 의해 암초에 부딪혔다”며 “이란은 걸프지역 아랍국 간 갈등을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두 개(사우디와 이란)의 축이 서로를 견제할 때 중동지역 안정이 더욱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동지역의 또 다른 강대국인 터키가 고립된 카타르에 식량과 군대를 보내며 사우디와 대립각을 세운 것도 이란엔 반가운 소식이다. 트럼프 정부가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갈등을 빚으면서 미국의 이란 압박도 약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국영석유회사 토탈은 이달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고 있는 천연가스전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둔 사우디와 이란은 민족도 언어도 다르다. 각각 이슬람교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맹주를 자임하며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뿌리에서 갈라진 두 종파는 1400년 역사 동안 원수가 됐다.
사우디가 이란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은 종파가 달라서만은 아니다. 1979년 시아파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으로 이란은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고 종교 지도자가 지침을 주되 실제 행정은 선출된 대통령이 맡는 신정-공화정 체제를 수립했다. 이란의 대통령 선거가 선동하는 민주주의 바람은 중세적 왕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 왕실엔 아킬레스건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우디 왕실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을 목도하면서 중동지역에 민주주의 바람이 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란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카타르 단교를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범시아파 전선’ 구축 전략
사우디와 이란은 시리아와 예멘 내전 등에서 대리전을 치렀다. 그러는 사이 이란의 입지는 한층 강해졌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군대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수니파 진영을 압도했다. 레바논에선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이 구상하고 있는 테헤란(이란의 수도)부터 다마스쿠스(시리아), 베이루트(레바논)를 잇는 ‘반미국 저항선’ 구축이 한 발 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반면 사우디가 이끄는 걸프국과 이집트를 잇는 아치형의 수니파 동맹은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 내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니파 본거지인 사우디의 동부 지역에서는 시아파의 폭동마저 일어났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중동 내 입김도 예전만 못하다.
카타르 단교 사태로 그동안 껄끄러웠던 이란과 터키 간 관계는 한층 개선되는 분위기다. 이란과 카타르-터키 간 친선관계는 지금까지는 유효하지만 앞으로의 관계는 미지수다. 터키와 카타르는 이란을 적대시해 온 미국과 군사적 동맹관계다. 터키는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하다.
◆카타르가 취할 방향은
한편 UAE 고위급 정부 관계자는 카타르와의 단교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무담당 정무장관은 14일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카타르와 4개 국가 사이의 언쟁이 조속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랍권 위성매체 알아라비야 등이 보도했다. UAE의 이런 입장 표명은 최근 3일 일정으로 걸프국가를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카타르 단교 사태 중재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다음에 나온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걸프지역을 떠났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아라비아반도 6개 걸프왕국(사우디 쿠웨이트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의 ‘맏형’ 역할을 하는 사우디가 이란을 견제하려고 친(親)이란 정책을 펴온 카타르에 단교 카드를 밀어붙였지만, 이는 오히려 이란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조만간 이란과의 핵 협상 합의 내용을 준수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버락 오바마 정부가 타결한 이란 핵합의는 ‘재앙적인 수준’이라며 이를 폐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경제 제재에서 풀린 이란은 더욱 영향력을 키울 전망이다.
◆아랍국 분열 즐기는 이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카타르 단교 사태가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경쟁으로 촉발됐지만 이란에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싱크탱크 스트래티직리서치의 하산 아흐마디안 연구원은 “사우디는 아랍국의 반(反)이란 동맹을 의도했지만 카타르에 의해 암초에 부딪혔다”며 “이란은 걸프지역 아랍국 간 갈등을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두 개(사우디와 이란)의 축이 서로를 견제할 때 중동지역 안정이 더욱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동지역의 또 다른 강대국인 터키가 고립된 카타르에 식량과 군대를 보내며 사우디와 대립각을 세운 것도 이란엔 반가운 소식이다. 트럼프 정부가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갈등을 빚으면서 미국의 이란 압박도 약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국영석유회사 토탈은 이달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고 있는 천연가스전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둔 사우디와 이란은 민족도 언어도 다르다. 각각 이슬람교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맹주를 자임하며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뿌리에서 갈라진 두 종파는 1400년 역사 동안 원수가 됐다.
사우디가 이란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은 종파가 달라서만은 아니다. 1979년 시아파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으로 이란은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고 종교 지도자가 지침을 주되 실제 행정은 선출된 대통령이 맡는 신정-공화정 체제를 수립했다. 이란의 대통령 선거가 선동하는 민주주의 바람은 중세적 왕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 왕실엔 아킬레스건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우디 왕실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을 목도하면서 중동지역에 민주주의 바람이 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란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카타르 단교를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범시아파 전선’ 구축 전략
사우디와 이란은 시리아와 예멘 내전 등에서 대리전을 치렀다. 그러는 사이 이란의 입지는 한층 강해졌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군대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수니파 진영을 압도했다. 레바논에선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이 구상하고 있는 테헤란(이란의 수도)부터 다마스쿠스(시리아), 베이루트(레바논)를 잇는 ‘반미국 저항선’ 구축이 한 발 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반면 사우디가 이끄는 걸프국과 이집트를 잇는 아치형의 수니파 동맹은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 내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니파 본거지인 사우디의 동부 지역에서는 시아파의 폭동마저 일어났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중동 내 입김도 예전만 못하다.
카타르 단교 사태로 그동안 껄끄러웠던 이란과 터키 간 관계는 한층 개선되는 분위기다. 이란과 카타르-터키 간 친선관계는 지금까지는 유효하지만 앞으로의 관계는 미지수다. 터키와 카타르는 이란을 적대시해 온 미국과 군사적 동맹관계다. 터키는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하다.
◆카타르가 취할 방향은
한편 UAE 고위급 정부 관계자는 카타르와의 단교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무담당 정무장관은 14일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카타르와 4개 국가 사이의 언쟁이 조속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랍권 위성매체 알아라비야 등이 보도했다. UAE의 이런 입장 표명은 최근 3일 일정으로 걸프국가를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카타르 단교 사태 중재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다음에 나온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걸프지역을 떠났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