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의 청춘극장] "장애인 부모 깊은 한숨이 창업계기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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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발달장애 예술가 자립 돕는 사회적기업 창업
발달장애 예술가 자립 돕는 사회적기업 창업
"'내가 없으면 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이웃집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제가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지난 13일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만난 김현일 디스에이블드(This Abled) 대표(27·사진)의 창업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어린 시절 김 대표의 이웃에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앓는 형이 있었다. 이 질병은 예술 등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드러내는 증후군으로 중증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희귀 질환이다.
"이웃집 형을 10여 년 동안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있지만 정신장애가 걸림돌이 되더군요. 생계마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 형 같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재능을 살릴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가 지난해 사회적기업 디스에이블드를 창업한 이유다. 디스에이블드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미술 작가의 그림을 제품화한다. 휴대폰 케이스, 휴대폰 충전기, 여권 케이스, 골프공 등 다양한 생활소품을 만들어 온라인에 팔고 있다. 수익금 일부는 작가에게 돌려주고 일부는 전시회 기금 등으로 적립하는 중이다.
"발달 장애인이 활동하는 여러 분야 중 미술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당장 제품화가 쉽고 구매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예요. 회사 모토도 '너와 항상 함께 하겠다(ALWAYS BE WITH YOU)'입니다. 실생활에서 제품을 사용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자는 취지죠."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 회사 이름도 'Disabled'(장애인)가 아닌 'This Abled'로 지었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떠올리기보다 제품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창업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 대기업과 해외 사업가, 대사관 등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2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납품하기도 했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와 기업간거래(B2B)에서 고른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단지 '착한 기업'만 표방하는 게 아니다. 제품 자체 경쟁력을 갖췄다. 디스에이블드의 구매 고객은 주로 20~30대 여성. 디자인에 끌려 구입했다가 좋은 취지까지 알게 된 고객들이 많다.
"우리 제품은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실용적 물건들이 많습니다. 디자인도 예뻐요. 그러다보니 여성 고객들이 많은 편이죠. 어떤 계기로든, 어떤 방식이든 사람들이 발달장애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가장 인기 높은 제품은 휴대폰 케이스와 보조 배터리다.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는 특별한 입장권이 있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전시회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입장권이 부착돼 있다. 제품을 통해 손쉽게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알리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 작가 설명과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적었습니다. 좀 더 홍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런 방법을 썼어요. 폰 케이스 는 항상 들고 다니니 관심 갖고 보다가 언제든 전시회에 와 달라는 의미죠."
디스에이블드가 알려지면서 먼저 연락해와 작품을 선보이는 발달장애 예술가의 부모도 늘고 있다. 대기 인원만 10여 명. 사업 규모에 따라 인력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제품 판매 수익금으로 '디스에이블 펀드'도 만들 생각이다. 이 펀드는 부모 사후 중장년이 된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연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일일이 챙겨줄 가족이 없더라도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독립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현재 미술에 국한돼 있는 분야를 음악 등 여러 분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위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힘들 때도 있지만 바람만큼은 누구보다 커요. 앞으로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스스로 삶을 영위하고 지속적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돕고 싶습니다. 나아가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지난 13일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만난 김현일 디스에이블드(This Abled) 대표(27·사진)의 창업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어린 시절 김 대표의 이웃에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앓는 형이 있었다. 이 질병은 예술 등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드러내는 증후군으로 중증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희귀 질환이다.
"이웃집 형을 10여 년 동안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있지만 정신장애가 걸림돌이 되더군요. 생계마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 형 같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재능을 살릴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가 지난해 사회적기업 디스에이블드를 창업한 이유다. 디스에이블드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미술 작가의 그림을 제품화한다. 휴대폰 케이스, 휴대폰 충전기, 여권 케이스, 골프공 등 다양한 생활소품을 만들어 온라인에 팔고 있다. 수익금 일부는 작가에게 돌려주고 일부는 전시회 기금 등으로 적립하는 중이다.
"발달 장애인이 활동하는 여러 분야 중 미술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당장 제품화가 쉽고 구매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예요. 회사 모토도 '너와 항상 함께 하겠다(ALWAYS BE WITH YOU)'입니다. 실생활에서 제품을 사용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자는 취지죠."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 회사 이름도 'Disabled'(장애인)가 아닌 'This Abled'로 지었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떠올리기보다 제품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창업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 대기업과 해외 사업가, 대사관 등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2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납품하기도 했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와 기업간거래(B2B)에서 고른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단지 '착한 기업'만 표방하는 게 아니다. 제품 자체 경쟁력을 갖췄다. 디스에이블드의 구매 고객은 주로 20~30대 여성. 디자인에 끌려 구입했다가 좋은 취지까지 알게 된 고객들이 많다.
"우리 제품은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실용적 물건들이 많습니다. 디자인도 예뻐요. 그러다보니 여성 고객들이 많은 편이죠. 어떤 계기로든, 어떤 방식이든 사람들이 발달장애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가장 인기 높은 제품은 휴대폰 케이스와 보조 배터리다.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는 특별한 입장권이 있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전시회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입장권이 부착돼 있다. 제품을 통해 손쉽게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알리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 작가 설명과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적었습니다. 좀 더 홍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런 방법을 썼어요. 폰 케이스 는 항상 들고 다니니 관심 갖고 보다가 언제든 전시회에 와 달라는 의미죠."
디스에이블드가 알려지면서 먼저 연락해와 작품을 선보이는 발달장애 예술가의 부모도 늘고 있다. 대기 인원만 10여 명. 사업 규모에 따라 인력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제품 판매 수익금으로 '디스에이블 펀드'도 만들 생각이다. 이 펀드는 부모 사후 중장년이 된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연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일일이 챙겨줄 가족이 없더라도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독립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현재 미술에 국한돼 있는 분야를 음악 등 여러 분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위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힘들 때도 있지만 바람만큼은 누구보다 커요. 앞으로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스스로 삶을 영위하고 지속적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돕고 싶습니다. 나아가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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