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KR모터스 대표(사진)는 “대림자동차 이륜차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연구개발(R&D) 투자와 영업망 효율성을 높여 모터사이클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KR모터스 동서울사업소에서 한 첫 언론 인터뷰에서 “KR과 대림이 모델과 대리점,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서 중복된 부분을 효율화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여력이 크게 늘어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2위 모터사이클 기업인 KR모터스는 1위인 대림자동차 이륜차사업부를 33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 11일 체결했다. 인수 시점은 오는 10월이며 이후 1년간 대림 상표권을 무상으로 쓸 수 있다.

서 대표는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7년 대림자동차에 입사했고 2002년 혼다코리아로 옮겨 이륜차사업부를 맡아왔다. 지난달 27일 KR모터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은 1990년대만 해도 연 30만 대 규모였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15만 대 규모로 축소됐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만 대 아래로 줄었다. 경기 회복 시점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소비자 요구에 맞는 새 기종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게 서 대표의 진단이다.

서 대표는 “일본과 독일 업체들의 고급 모터사이클과 중국산 저가 모델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보면 국내 모터사이클 기업에도 분명히 기회가 있다”며 “사실상 KR모터스 한 곳만 남은 만큼 투자 효율화를 통해 국산 모터사이클의 자존심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R모터스는 20종, 대림은 24종의 모터사이클을 보유하고 있다. 대리점은 KR 82곳, 대림 85곳이며 AS센터는 KR 512곳, 대림 420곳이다. 서 대표는 “차종과 영업망을 효율화 하고 두 회사가 그동안 과도하게 경쟁해온 부분을 자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마련한 자원을 R&D에 투자해 일본 독일 못지않은 고급 기종부터 저가 모델까지 라인업을 완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모터사이클은 중소기업의 영역인 만큼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R&D 투자 지원을 늘려주길 바란다”며 “특히 전기스쿠터는 미세먼지나 도심 교통난·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 자원을 쏟아붓기엔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R모터스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전기스쿠터를 하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라며 “2세대 전기스쿠터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편리한 1인용 교통수단’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R모터스가 출시 예정인 전기스쿠터는 1회 충전 주행거리 90㎞, 최고 속도 시속 75㎞로 일반 스쿠터와 비슷한 성능을 낸다. 가격은 정부 보조금(250만원)을 보태면 200만원 초반대에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배터리를 사무실이나 집에 들고 가서 충전할 수 있도록 탈착식으로 설계해 주차할 때 콘센트를 찾아 헤매는 번거로움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