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요청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미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칩 카운셀 미국곡물협회(USGC) 회장은 지난 14일 미 농업 전문매체 피드스터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 농업의 큰 고객이자 충실한 파트너”라며 “미국 곡물업계에 한국은 시장 개발의 거대한 성공 스토리가 돼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 농가와 농업 관련 기업은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상호 호혜적인 무역협정의 가치를 평가해왔다”며 “우리는 한국과의 강한 무역정책을 지속해서 보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운셀 회장의 발언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한국에 공식 제안한 이후 미 업계에서 나온 첫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한·미 FTA 재협상을 시작했다”고 주장한 다음날 내놓은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카운셀 회장의 발언을 한·미 FTA가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협정 내용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리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카운셀 회장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5위 농산물 수입국이다.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옥수수, 수수 등 곡물류는 11만5000부셸까지 무관세 쿼터가 적용된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의 마이론 브릴리언트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은 “성급한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덕분에 양국 기업이 절감한 관세가 미국 측이 21억달러, 한국 측은 12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FTA를 폐기하면 미국 기업이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등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추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