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내는 돈 건드려도 된다?…"정치적 상황이 사학 옥죄고 있다"
국내 대학 교육에서 사학(私學)의 역할은 매우 크다. 비용을 기준으로 민간이 담당하는 비중은 65.2%에 달한다. 미국(50%)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7%)보다 높다. 그럼에도 최근 사립대는 ‘돈벌이에 열중하는 집단’ 등으로 비판의 표적이 돼버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등록금 인하 등 대학에 내는 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고등교육은 ‘엘리트 모형’이었다. 대학 숫자도 적은 데다 대학교육을 시킬 만큼 경제력을 갖춘 중산층도 두텁지 않았다. 등록금, 신입생 입학금, 대입 전형료를 문제 삼아봤자 소수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터라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대학 생태계가 ‘대중교육모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 땐 사학의 설립을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이뤄질 수 있도록 ‘준칙주의’로 바꾸면서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김 총장은 “정부의 부족한 교육 재원을 민간에서 충당해준 것”이라며 “고등교육이 과도하게 팽창하는 과정에서 사립대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지자 결국 등록금 등의 문제가 수많은 이들과 관련된 이슈로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분위기도 대학 경영에 대한 간섭을 부채질하는 요소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학비리 척결을 대선 공약에 넣기도 했다. 대학 관계자는 “대입전형료만 해도 일부 비리 사학이 전용했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 대학을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비리 사학은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환부를 도려내면 된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